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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1-26 00:00
[학술포럼] 금동여래입상 미술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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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고개숙인 갸름한 얼굴,두꺼운 질감을 연상케 하는 가사,양어깨를 감싸며 갈퀴처럼 날카롭게 뻗어내린 옷자락,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양손,오른손은 '두려워말라'의 시무외인,왼손은 '무엇을 원하느냐'의 여원인,화염처럼 위로 타오르는 광배,도톰하고 탄력있는 연꽃 장식의 원형대좌 등….

이 일련의 수식어들은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을 바라본 시각 언어의 나열이다. 금빛 찬연한 이 불상은 광배·연화좌와 함께 주조된 작품으로,광배 뒷면에는 한자 명문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높이16.2㎝의 이 조각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부처님은 경주에서 만날 수 있는 통일신라 조각처럼 탄력있는 몸매의 실루엣을 드러내지 않고,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은 듯하다. 게다가 옷자락은 왜 갈퀴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을까? 광배의 형태나 새겨진 문양은 왜 한결같이 화염처럼 위로 뻗어 있으며 탄력있는 연꽃대좌는 무슨 역할을 할까? 이런 의문과 일련의 조형감각이 한데 어우러져 이 불상을 더욱 신비스런 분위기로 감싸게 하는 듯하다.

불상의 받침대인 연화좌 출현은 고대 인도의 창조의 신 브라만이 연꽃에서 태어났다는데 연유한다. 연화가 지닌 창조의 움직임(蓮華化生)은 석가를 연꽃에서 탄생하는 성자로 표현하게 됐다. 이와는 달리 중국에 기원을 둔 '운기화생'(雲氣化生)이 존재한다. 고대 중국인은 기를 중요시하여 예술작품에까지 생동감있게 표출하는 테마로 삼았다.

연화화생과 운기화생의 테마는 동아시아 고대 조형물에 녹아들었고,이 불상 역시 이를 수용해 연꽃에서 화생한 위대한 성인 붓다를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화염형의 광배,힘차게 갈퀴처럼 뻗는 옷자락,이게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시각적으로 표출한 조형감각이다. 신비한 분위기의 정체는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하지만 연꽃 대좌에 보이는 단판 연꽃의 탄력있는 볼륨 속에 내재된 에너지,힘차면서 번잡하지 않은 옷주름 표현 등은 중국양식의 반영속에 새롭게 거듭난 고구려의 역동성을 조형화한 것이다. 이는 바로 이 시기 고구려 고분벽화의 패자적 기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동아대 박은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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