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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9-13 00:00
[종교단신] 거룩한 단어를 의식속으로 불러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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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종이 울렸다. 10일 서울 명동성당 안. 1200여 명이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메웠다. 모두 종소리에 맞추어 눈을 감는다. 의자에 앉은 이들은 등을 곧추세웠고, 바닥에 앉은 이들은 가부좌 자세로 앉는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침묵하며 하느님의 현존에 머무르십시오. 하느님은 내면에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와 ‘기쁨’, ‘주님’, ‘빛’, ‘사랑’과 같은 ‘거룩한 단어’를 의식 속으로 불러들이세요. 생각과 느낌과 감각이 일어나면 그것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다시 ‘거룩한 단어’를 불러들이세요.”

토마스 키팅(80) 신부의 말이 떨어지자 ‘향심기도 워크숍’참석자들이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쥐죽은 듯한 고요가 이어진다. 눈을 감으면 어느덧 떠오르는 생각들. 의식이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다시 ‘거룩한 단어’를 의식 속으로 불러들인다.

“평화, 평화, 평화…” 침묵 속엔 시간도 공간도 없다. 얼마가 지났을까. 적막이 흐른다.

향심기도는 이날 워크숍을 이끈 토마스 키팅 신부가 창시했다. 가톨릭 수도회 가운데서도 가장 엄격한 수도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 트라피스트 시토회의 요셉수도원장이던 키팅 신부는 신도들이 영적인 목마름에 애타서 선과 명상 등 동양의 수행-수련을 찾아가 동양의 수행 프로그램 참여자들 가운데 늘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것을 보고, 관상기도를 촉진시키는 수련법을 개발했다. ‘관상’은 ‘하느님 안에서 쉼’으로 해석되며 ‘자기존재의 중심에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깨달음’이다.

이 수련법은 생각과 느낌 등을 알아차린 순간 바로 호흡으로 의식을 돌리는 석가모니 붓다의 위파사나 수행법과 비슷하다. 위파사나가 의식을 호흡으로 맞추는 대신 향심기도는 ‘거룩한 단어’에 맞추는 것이 다르다.

사막의 은수자들과 수도자들이 주로 해온 종래의 관상기도는 실제로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수련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향심기도는 누구나 쉽게 수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따라 1983년부터 관상지원단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한 향심기도가 서구에서 널리 퍼지고 있고, 우리나라엔 1999년에 들어와 워크숍 강사만 30명에 이를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강사 출신으로 키팅 신부의 <하느님과의 친밀> 등을 번역하고 이날 키팅 신부와 함께 워크숍을 이끈 염무광씨는 “‘천당은 어느 장소가 아니며 우리 영혼의 상태’라는게 교황의 가르침인데도, 외부에서 천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향심기도는 여기에서 성령과 일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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