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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9-13 00:00
[종교단신] '대화'보다 '공권력'을 원한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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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새벽 공권력이 투입되자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모여 있던 가톨릭중앙의료원(CMC)소속 노조원 40여명은 병원 안 성당으로 피신했다. 십자가 주변에 모여 있던 노조원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펼쳐 보이며 성당 안으로 들어왔고, 노조원들은 십자가에 매달려 저항하다 끝내 질질 끌려나갔다.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경희의료원은 지난 5월 23일부터 '사학연금 회사 쪽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112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었다. 특히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인 강남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3개 사업장 노조원들은 파업이 100일을 넘기자 명동성당 내에 위치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사제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면담을 요구했다.

어쨌든 대화를 통해 병원파업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절박한 의사표현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면담 요구 거절이었다. 열흘이 넘는 천막 농성 끝에 겨우 "명동성당 주임 신부와 이야기 해보라"는 답을 얻어냈을 뿐이었다.

그 결과 9월 11일 오후 3시 명동성당 이준성 부주임 신부 주선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 간부들과 백남용 주임 신부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면담이 이루어지기도 전인 이날 새벽 공권력 투입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준성 부주임 신부는 "9월 10일 오후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수배가 떨어진 노조 간부들이 무사히 명동성당 안으로 들어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구했지만, 결국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찰에게 면담 실패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나 민주노총의 생각은 다르다. 가톨릭 사업장의 공권력 투입은 사전 동의 없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가톨릭이 한 쪽으로는 면담을 주선한다고 하면서 결국 공권력 투입을 원했다"면서, "강남성모병원 안 성당에 경찰들이 군화발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미리 병원 쪽 신부와 합의를 거친 것으로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펼쳐 보이며 성당에 들어간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대화보다 공권력을 선호했다는 증거는 파업 초기부터 직권중재라는 악법을 내세워 '불법파업'을 강조한 데서 잘 드러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노동부가 8월 들어 중재 노력을 시도했지만 노사 양측의 관계가 꼬여 더 이상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병원은 명문화된 합의서를 요구하는 노조에게 "우선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면 선처하겠다"고 말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 협상 과정을 지켜본 노동부 관계자도 "병원이 노조의 불법파업만 강조하고 대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다"면서, "가톨릭 사업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대화'보다 '공권력'을 원한 가톨릭과 그 가톨릭의 요구를 인정한 정부의 무리한 공권력 투입으로 결국 하반기 노정관계는 대치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한편 명동성당은 9월 12일 체포영장이 발부돼 성당 안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에게 대해 퇴거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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