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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1-12-19 00:00
[종교단신] 개에 대한 종교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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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사이에도 보신탕에 대하여는 찬반이 분분하다. 개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고 미각(味覺)과 종교적 입장이 서로 다르니 개고기에 대한 정서가 같을 수 없다. 그러니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야만스러운 식성”이니 “개고기도 못 먹는 샌님”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이해해야 할 상대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외국인들은 우리의 보신탕 문화에 대하여 ‘야만’이니 ‘혐오’니 하는 단어들을 써가며 한국인을 천박한 사람들로 몰아붙인다. 개고기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떠나 참으로 불쾌하다.

그들이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개고기의 잔인한 도살방법이요, 다른 하나는 식구처럼 지내는 개를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도축방법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들과 열띤 개고기 논쟁을 벌이다가도 잔인한 개의 도축방법에 이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한 “왜 남의 나라 음식문화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느냐”는 우리의 항변에 “너희들도 개고기를 먹는 것이 떳떳하다면 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느냐”는 반박에는 대응이 옹색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개고기는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육류이다. 일년에 도축되는 개가 100만 마리를 넘는다. 이제 개고기 식용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개고기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어떤지를 떠나 잔인한 개 도축을 금지하고 비위생적인 유통과 조리를 규제하기 위해서 개고기 식용의 법제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를 야만인 취급하는 일부 와국인들의 독선과 편견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들이 즐기는 음식에 대하여 우리가 ‘야만’ 운운하며 그들을 비난한다면 그들의 반응은 어떠하겠는가?

프랑스의 어느 코미디프로에서 출연자에게 몰래 고기를 먹인 후 이를 개고기라고 밝히자 출연자가 먹었던 고기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개고기를 도시락에 싸가지고 다니는 모의(模擬)장면도 내보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우리나라 방송이 출연자에게 말고기를 몰래 먹인 후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보일 반응이나, 프랑스 어린이들이 말고기를 도시락에 싸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느끼는 역겨움을 상상할 수 있을까.

■20세기 초엔 프랑스도 개고기 팔아

모든 나라의 음식에는 자신들만의 고유의 관습과 문화, 경제적 배경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개고기를 먹었던 것은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농사에 도움을 주는 소는 마구 없앨 수 없었고 돼지 또한 귀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개고기가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개고기를 먹으며 몇 세기를 살아왔다.

프랑스인은 말고기를 즐긴다. 동네마다 말고기 정육점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본격적으로 말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쯤이었다고 한다. 가난하던 빈민층의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말고기 식용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나 당당하게 말고기를 즐긴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말고기를 먹고 있으며,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이 생긴 이후 말고기에 대한 수요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말고기 육회나 말고기 스키야키는 상류층만이 즐기는 고급 요리이다.

거위의 간 프아그라(foiegras)는 송로버섯(truffle), 캐비어(caviar)와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급 요리이다. 프아그라를 맛보면 이를 요리로 개발해낸 프랑스 사람들의 뛰어난 미각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거위에서 프아그라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은 참으로 잔혹하다. 간을 비대하게 만들기 위하여 거위를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철장 안에 가두고 거위 주둥이에 강제로 깔대기를 꽂아 사료를 퍼넣는다. 철장에 갖힌 거위의 처절한 모습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프아그라 요리를 즐기는 그들의 우아한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 비둘기는 서구인들에게는 가장 친근한 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비둘기 고기는 맛이 뛰어나다. 비둘기고기는 닭고기와 같이 퍽퍽하지 않으며 육질이 부드러워 중국에서는 예부터 최고의 별미로 꼽혀 왔다. 프랑스인들의 예리한 미각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비둘기요리는 프랑스에서 고급 요리로 인정받고 있다. 20세기 초에는 프랑스에도 개고기 정육점이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달팽이요리나 개구리요리와 같은 진기한 별미도 즐긴다.

유럽에 불어닥친 광우병과 구제역 공포는 유럽인들의 식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타조, 캥거루, 악어고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금 유럽의 대형 수퍼마켓에서 이런 고기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악어고기는 아프리카의 많은 야생동물 고기 중에서도 육질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벨기에, 프랑스 등지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도 몇 곳의 악어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있으며, 브라질의 전통 바비큐요리인 추라스코(churasco)에도 악어고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렇게 악어고기에 대한 서구인들의 수요가 급증하자 태국의 악어 사육산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선 도마뱀고기도 먹어

독일에서는 타조고기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타조고기 소스 스파게티에 타조고기 스튜까지 등장하였다. 쇠고기보다 2배나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매장에 진열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타조고기는 닭고기와 사슴고기를 섞어 놓은 듯한 맛이라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광우병 이후 양고기와 말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순록고기의 수요가 최근 몇 배 늘어났다고 한다.

부시터커(bush tucker). 호주 원주민들의 음식이다. 최근 호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이 부시터커가 새로운 메뉴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부시터커에 사용되는 재료는 가히 몬도가네 수준이다. 각종 땅벌레와 곤충은 물론 악어고기, 물개고기, 도마뱀 고기, 캥거루고기 등이 주재료로 시용된다. 특히 캥거루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콜레스트롤이 적어 외국인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요즘 부시터커 식사를 즐기는 것은 호주 관광코스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호주는 2년 전 캥거루고기 먹는 것을 합법화하였다.

가장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민족은 역시 중국 사람들이다. 개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네발 달린 것은 책상다리를 빼곤 다 먹는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모든 동물을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 살아있는 원숭이의 골을 수저로 파 먹는 원숭이골요리는 이미 세계적인 요리가 되었고 코뿔소 뿔요리, 낙타요리, 코끼리 코요리, 박쥐요리 등 움직이는 모든 것을 요리해 먹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그들의 음식 때문에 야만인 소리를 듣는 일은 없다.

굳이 아프리카의 몬도가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명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음식을 즐기며 산다. ‘당신들도 이런 음식들을 먹으며 왜 우리가 개고기 먹는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느냐’고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먹는 말고기는 괜찮고 우리가 먹는 개고기는 안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개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우리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도 그들이 즐겨 먹는 말에 대한 인식이 그들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화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자기 중심적 독선일 뿐이다.

가끔은 동물 애호단체나 브리지드 바르도가 그들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의 보신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개고기만큼 그 나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소재가 어디 또 있겠는가.

(주용ㆍ음식평론가·인터넷 ‘잇앤쿡닷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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