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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1-23 00:00
[불교어록방] 그릇에 따라 물 모양이 달라진다
 글쓴이 : 전수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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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릇에 따라 물 모양이 달라진다  </b>

부처님의 설법을 흔히 '대기설법(對機說法)' 또는 '응병여약(應病與藥 ; 병에 따라 약을 준다는 뜻)'이라고 한다.
법을 듣는 상대에 따라 설법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법(法)' 즉 진실이 갖는 보편성과 '기(機)'즉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특수성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말로서 널리 쓰이고 있는데, 과연 '법(法)'은 '기(機)'에 따라서 그 형태를 바꾸는 것일까. 그렇게 형태를 바꾸는 것이 법의 이름으로 가능한 것일까.

《유마경》에 나오는 "부처님은 한결같은 일음(一音)으로 법을 설하신다.
중생은 처지에 따라 각각 법을 이해한다."라는 구절은 이와 같은 '기'를 앞세우는 '법'의 파악에 대해 하나의 중요한 반성을 촉구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설하시는 '법'은 지금까지 한번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또는 듣는 상대방에 따라서 달라진 일은 없었다.
 
그것은 항상 한결같고 변화가 없는 '일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의 능력·상태·열의는 항상 같을 수가 없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열개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다섯 또는 세 개 정도의 능력밖에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결같이 설법된 부처님의 가르침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힘과 능력에 따라서 열의 내용으로 또는 다섯, 셋의 내용으로도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물은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라든지 '게는 자기의 몸 크기에 맞추어 구멍을 판다.'라는 말도 있다.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법'은 일정하지마는 받아들이는 쪽에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어 법을 제 나름대로의 입장, 각자의 역량에 따라서 받아들인다는 해석은 '법'과 '기'의 기본적 관계를 갈파한 말로서 재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대기설법의 전형적인 예로서 주리반특(周利槃特)의 해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천성이 아둔한 주리반특은 형인 마하반특과 달리 부처님이 주신 게송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가 절망한 나머지 수행을 포기하려고 할 때 부처님은 그에게 새롭고 특이한 수행방법을 주셨다.
그것은 헝겊으로 신을 닦을 때마다 "먼지를 털고 망집을 털어 버리자."라는 말을 되풀이하라는 것이었다.

주리반특이 이 말을 되풀이하면서 먼지 터는 동작을 반복하는 동안에 그는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먼지 즉 번뇌를 낱낱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그것을 털어 버리고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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