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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12 00:00
[전문불교코너] (하안거 결제법어)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
 글쓴이 : 무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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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하안거 결제 법어

등용문인가? 점액문인가?

복건성(福建省) 복주(福州) 보자사(報慈寺)의 광운혜각(光雲慧覺)선사는 결제를 앞두고 방부를 들이려는 어떤 납자와 이런 문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어디에서 왔는가?”
 “와룡(臥龍)에서 왔습니다.”
 “거기서 얼마나 살았는가?”
 “겨울을 지내고 여름을 지냈습니다.”
 “용문에는 묵어가는 손님이 없거늘 어찌하여 그렇게 오래 머물렀는가?”
 “사자의 굴 안에는 다른 짐승이 없습니다.”
 “그대가 새로 방부를 들인 것을 감안하여 너에게 삼십방만 날리도록 하겠다.”

송(宋)나라 때 설두중현(雪竇重顯)선사는 이런 게송을 남겼습니다.
용문만인(龍門萬仞)에 증유숙객(曾有宿客)이라
 진퇴상장(進退相將)하니 수조점액(誰遭點額)이랴
 용문폭포의 만길 높이에서 일찍이 묵었던 나그네라.
나아가고 물러감에 서로 붙잡아 주니 누가 점액을 만났던가?

잉어가 용문폭포를 통과하면 용이 되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올라가던 도중에 바위에 머리가 부딪혀 이마에 멍만 들고 맙니다. 이를 점액(點額)이라고 합니다. 선불장은 뱀을 용으로 만드는 등용문입니다.선가(禪家)에서 견성하지 못한다면 바로 그것이‘점액’인 것입니다. 결제를 제대로 한다면 등용문이 될 것이요, 결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마에 멍 자국만 남는 점액문이 될 것입니다.

광운선사는 ‘용문에는 묵어가는 객이 없다’고 했습니다.
설두선사는 ‘용문에서 일찍이 묵었던 나그네’라고 하였습니다.

하안거 결제대중은 용문입구에서 쫓겨나는 객이 될 것이 아니라 용문에 입실하여 묵을 수 있는 객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용문의 객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래 앉아있는 것으로 살림살이를 삼는다면 결국 삼십대의 방망이가 기다리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본인 스스로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결제철에는 반드시 공부를 해마치겠다는 대용맹심의 각오로써 임해주기를 당부합니다.

착단용문투벽진(鑿斷龍門透碧津)하니
 홍류분취기정진(洪流奔驟豈停塵)이리오.
용문을 뚫고 푸른 하진(河津) 나루를 통과하였으니
 달리는 거센 물결 위에 어찌 먼지가 앉을 수 있겠는가.

2558(2014) 하안거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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