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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0-07 00:00
[전문불교코너] ‘해우소’는 몸속 탐진치 버리고 또 버리는 곳
 글쓴이 : 전영숙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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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화장실을 뜻하는 말은 서정(西淨), 정랑(淨廊), 변소(便所) 등이다.
근자에 자주 쓰는 말은 해우소(解憂所)다.

해우소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
가장 기본적 생리현상인 대소변이야말로 가장 큰 번뇌이니 뜻도 좋고 발음하기도 그만이다.
몸속의 오물을 버리듯 번뇌를 버린다는 뜻도 담겨있어 불교의 화장실 용어로는 최적격으로 꼽힌다.

해우소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통도사 극락암에 계셨던 경봉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해우(解憂)’라는 말이 워낙 멋있은 탓인지 진주 다솔사는 오두막 정자 이름을 ‘해우정’이라 현판했으며 공주 동학사는 다리 이름을 해우교(解憂橋)로 지었다.
선종의 칠당가람에도 화장실이 들어간다.

동쪽에 있으면 동사(東司),서쪽에 있으면 서정(西淨). 남쪽에 있으면 등사(登司), 북쪽은 설은(雪隱)이라고 했다.
중국 송대에 명각이라는 스님이 설보사의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해서 여러 스님들이‘설은사 변소의 화상(和尙)’이라는 별명을 지었는데 이 때부터 설은이 화장실을 지칭하는 이름이 됐다고 한다.
일본의 화장실 명칭도 불교에서 유래했다.

화장실을 칭하는 용어중‘고오가’는 원래 승방(僧房) 뒷편에 있는 세면장을 뜻하는 것이지만 대개 세면장 옆에 변소가 있었기 때문에 화장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불국사에는 지금도 수세식 변기가 남아있다.
돌로 만든 이 변기는 물을 흘러 보낸 곳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다.
노스님이나 비구니 왕실 사람들이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수세식 화장실이기도 하다.
절에서는 화장실을 북수간(北水間)이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절에서는 화장실 가는 것을‘뒷물’한다고 했다.

불교의 화장실 예법은 부처님 재새시부터 엄격했다.
이렇게 된데는 불교가 널리 퍼지고 신도가 늘어나자 공동생활의 규칙이 필요해지면서 부터다.

율장에 보면 신도와 비구(比丘)들까지 방 앞뜰에서 아무렇게나 방뇨를 했다고 한다.
드디어 부처님께서 나서 비구들에게 사원 안의 아무 곳에서나 방뇨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한 곳에 울타리를 치고 항아리를 묻은 후 그곳에서만 용변을 보도록 했다.

<사분율 22권〉에서는 물이나 풀 채소 위에 대변이나 오줌을 누지 말라고 했다.
즉 바깥에서 볼일을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분율 25권〉에서는 심지어 나무 위에서의 행위를 금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님들이 야외에서 아무렇치 않게 변을 보는 바람에 동네사람들이 놀다가 이를 만져 부처님께 항의한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 화장실 이용 습관이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각종색 선사가 지은 〈선원청규〉 ‘대소편리’(大小便利) 편에는 화장실 이용법이 나온다.
화장실 예법의 핵심은 깨끗하게 사용할 것, 침묵할 것, 손을 깨끗이 씻을 것 세가지로 요약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화장실에는 미리가라고 했다.
급박하게 맞닥뜨려 다급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사는 벗어놓고 괘자(卦子, 약식 가사)를 입고 왼팔에 수건을 걸친다.
화장실 바깥에 괘자와 수건을 걸어두고 오른손에 병(甁)을 들고 들어간다.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문을 닫고 병을 놓는다.
문 앞에서 세 번을 두드리라고 했다. 단 말로 표시를 내서는 안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친 뒤 드디어‘볼일’을 본다.
왜 임박해서 급하게 처리하지 말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을 처리할 때도 금기사항이 많았다.
코를 풀고 침을 뱉거나 힘을 주느라 기를 쓰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다.
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등 낙서도 금했다.
다른 칸에 앉아있는 사람과 말하지 말라고 했다.
손을 씻을 때는 처음에는 재(灰)를 다음에는 흙을 사용한다.
그다음 팔꿈치 까지 물로 씻고 세수 양치를 했다.
소변을 볼 때도 절차와 예의가 다르지 않았다.

<사미율의〉(沙彌律儀) ‘입측’(入厠) 편에는 낙서를 하는 것은
바른 마음을 갖지 않아서이고, 힘쓰는 소리를 내는 것은 위의를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미율의〉에서는 또 걸어가면서 허리끈을 매지 못하도록 했다.
화장실에 갔다 온 뒤 손 씻는 것을 특히 중요시 여겼다.
씻지 않는 사람은 삼보에 절하지 말고 남의 예배도 받지 말라고 했다.

〈사미율의〉에서 부처님은 “화장실에 갔다 와서 씻지 않으면 탑을 돌지 못하며 함께 예불을 하거나 경을 읽지 못하며 스스로 다른 이에게 절하지 못한다.
또한 다른 이의 절을 받지 못하며 함께 밥을 먹지 못하며 대중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법을 해도 아무런 영험이 없다.
공양이나 경을 쓰거나 불상을 조성해도 얻는 복이 적을 것이다”라고 했다.

파계사 영산율원장 철우스님은 “해우소에 들어가기 전과 손을 씻을 때에 진언을 외우는 것은 자칫 서두르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문을 여는 실수를 하거나, 손을 씻지 않고 나오는 비위생적인 태도를 막기 위한 방편”이라며 “대중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서로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지키던 규칙”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스님들은 지금도 초심자 시절 공부하는 〈사미율의〉를 통해 예부터 전해오는 화장실 예법을 배운다.
그 핵심 내용은 ‘선원청규’와 같다.
현재도 총림 등 큰 절에서는 화장실에서 갈아 신을 신발이며 재 등을 마련해놓는다.
또 화장실 마다 입측오주(入厠五呪)를 붙여놓고 외우도록 한다.
 
강원 선원 등 대중생활을 하는 스님들은 아직도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여러 명이 함께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 갈 때 스님들은 차수(叉手, 손위에 손을 겹쳐 앞에 가지런히 놓는 불교식 자세)를 한 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함께 가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함께 이동한다.

정해진 시간에만 가야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결제중인 선방에서는 삭발 목욕일에는 기름진 음식이 나오는데 과식으로 탈이나 자주 화장실을 드나들게 된다.
이런 날은 아예 좌선을 포기하고 뒷방을 찾는 스님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찰 화장실 마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농사를 많이 짓는 남원 실상사는 변기 아래에 짚을 두어 냄새도 없애고 퇴비로도 쓰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인사는 깊기로 유명하다.
얼마나 깊었으면 일을 끝내고 바지춤을 추스를 즈음에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송광사 불일암은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너무 깨끗해서 팻말을 보지 못하면 지나치기 일쑤다.
문경 봉암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급할 때는 모두 뛰어 간다.
그래서 봉암사 선방에는 “오분 일찍 일어나자”가 생활신조처럼 되었다고 한다.

근래 들어 방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되고 개인생활이 많아져 화장실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정신은 아직도 철저하다.
그래서 스님들은 화장실을 깨끗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구식이지만 사찰 화장실은 냄새가 나지 않고 깨끗한 것도 스님들이 화장실 예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 입측오주(入厠五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