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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5-17 00:00
[전문불교코너] [불교 상식]108번뇌와 108배
 글쓴이 : 전수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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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절하는 숫자에 대한 근거는 뚜렷하다.
3배를 드리는 것은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탐심, 진심, 치심의 삼독심(三毒心)을 끊고 삼학(三學, 戒, 定, 慧)을 닦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고, 53배는 참회 53불(佛)에 대한 경배, 1천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겁(賢劫)의 1천 부처님께 1배씩 절을 올리는 것이며, 3천배는 과거, 현재, 미래의 3대겁에 출현하는 3천 부처님께 1배씩의 절을 올리는 예법이다.

108배는 무엇인가? 바로 이 절이 108번뇌의 소멸과 관련되어 있음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08이라는 숫자가 108번뇌를 뜻한다는 것은 쉽게 파악하면서도, 어떻게 해서 중생의 번뇌를 108이라는 숫자로 분류하였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108번뇌는 중생의 근본 번뇌이다. 이 108번뇌는 육근(六根)과 육진(六塵: 六境이라고도 함)이 서로 만날 때 생겨난다.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육근이 색깔[色], 소리[聲], 향기[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6진을 상대할 때 먼저 좋다[好], 나쁘다[惡], 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인식 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樂受],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들이며[苦受],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하는[捨受] 것이다.


곧 6근과 6진의 하나 하나가 부딪칠 때 좋고[好], 나쁘고[惡], 평등하고[平等], 괴롭고[苦], 즐겁고[樂], 버리는[捨] 여섯 가지 감각이 나타나기 때문에, 6*6=36, 즉 서른여섯가지의 번뇌가 생겨나게 된다.
이 36번뇌를 중생은 과거에도 했었고, 현재에도 하고 있고 미래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6*6=36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여 108번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108번뇌가 벌어지고 또 벌어져서 팔만 사천 번뇌 망상을 이루게 되고, 그 번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히 왔다갔다하면서 마음을 흐트려놓기 때문에 중생은 번뇌로 인해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8번뇌! 이것은 우리의 흩어진 마음을 뜻한다. 하나로 모아진 마음이 아니라 바깥으로 흩어진 마음, 근원을 돌아보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는 유전(流轉)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108번뇌와 깊이 결속되어 있는 삶이 중생의 삶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삼매의 힘으로 변화된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는 무능에 빠지고 끝없는 생사의 유전 속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번뇌 속으로 끊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고, 원래의 무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108배로써 108번뇌를 끊는다."
이 108배속에는 번뇌를 쫓아 흘러 내려가는 삶을 일심의 원천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유전이 아니라 환멸의 삶, 번뇌 이전의 영원 생명으로 돌아가 부처님과 하나가 되는 삶, 곧 성불(成佛)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번뇌는 끊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108배의 절은 번뇌를 끊는 의식이 아니라 깊은 삼매(三昧)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방편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108배의 정진을 통하여 삼매 속으로 몰입할 때 우리의 모든 번뇌는 차츰 사라지게 된다.
삼매와 환멸과 성불! 이것이 우리가 108배를 하는 까닭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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