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ksoolforum_header.jpg

 
작성일 : 22-11-04 01:05
[종교단신]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달하스님 임인년 동안거 결제법어
 글쓴이 : 전수진기자
  추천 : 0   비추천 : 0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달하스님 >


“목숨이 호흡 사이다. 자나 깨나 성성한가? 오고 갈 때 한 조각을 이루느냐? 타성일편이 되는가? 이 생멸의 세계 밖에서 이 구슬 뜻대로 구르고 있는가?” (만공스님 말씀 중에서)

야! 이것이다. ‘마하’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가 없네. 알 수 없다, 이 물건이여! 과연 쉬어지네.

동안거 입방이 결정되고 나니 가다듬어집니다. 안정이 됩니다. 계향(戒香)이요, 정향(定香)입니다. 벗어난 향기, 지견(知見)을 넘어선 향기, 이 향기가 소리 없이 울려 퍼집니다. 이 향기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 백억 달마 숨길 터지는 공양입니다. 바다 같은 불법승에 올리는 무량공양입니다.

한 생각 제자리로 오니 만사가 제 궤도로 돌아갑니다. 동안거 정진양식이 흐뭇하게 갖춰졌습니다. 시절이 깊어져 고목에 단풍이 들고 낙엽은 우르르 뿌리로 돌아갑니다. 노승은 추위가 닥치면 잎이 마르듯이 물길이 마르고 핏길이 뻑뻑해집니다. 흐르는 물이 말랐나, 활활 타는 불이 식었나? 지수화풍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숨이 붙어있을 때까지는 물과 불이 살아 돌아가게 해주는 것이 문수보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이 처음 막 솟아오를 때 쳐다보면 붉은 태양덩어리가 이글이글 돌아가는 것이 친절하게 다 보여집니다. 이 물건이 시동이 걸려야 우주가 돌아갑니다. 지수화풍도 조용조용 돌아갑니다. 내 몸 지수화풍에 땅(地)가 역할이 30, 물(水)가 80, 심장(火)불이 100, 지수화풍(地水火風) 그 중에서도 바람은 순환수치 100이 넘어 360이 되어야 합니다. 몸과 우주가 같이 돌아가는 바람은 가슴이 터져 열리는 큰 바람 360이라야 마음도 몸도 소리 없이 안팎으로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여하약하(如何若何)를 묻지 말고 옆 사람에게 도움이 되자.

식어진 불이 다시 살아납니다. 물이 촉촉해지고, 불이 이글이글 뜨겁게 타게 하는 것이 엄동설한 동안거 철나는 방법입니다. 지심(至心)으로 돌아오니 일체가 부처님! 후끈해집니다. 지심으로 돌아오니 법이요, 달마요, 심장에 불이 다시 타기 시작합니다. 지심이니 일체가 스승이요, 사랑이요, 가피입니다. 국왕의 기회도 뿌리치고, 그 어떤 기회도 다 뿌리치고 동안거 결제를 결심하고 나니, 아뿔싸! 놓치지 않는 경행지심(慶幸之心)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화두가 분별을 지워주니 언제나 새로워지고 친해집니다. 화두 드는 것이 추위와 친해지는 묘수입니다. 분별을 덮어주는 어둠, 산하대지 굴곡을 다 덮어주는 어둠, 어둠이 분별을 없애줍니다. 어둠이 일색으로 만들어줍니다. 어둠은 일체를 분별 전으로 돌려주는 푸근한 모성입니다. 결코 자연이 주는 이 어둠을 놓치지 마십시오.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 뇌성벽력도 분별이 없는 자리에서는, 공부하는 사람한테는 신바람 나는 조도의 벗이 됩니다.

대종소리, 목탁소리가 분별을 다 삼켜버립니다. 살림살이 다 드러나게 해줍니다. 이 물건이 억 천만년을 쉬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욱 알 수 없으니 저절로 쉬어집니다. 이 일을 능가할 일이 세상천지 어디 있습니까? 이 거룩한 동안거에 동참할 수 있다면 양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주춤거릴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행자하심(下心)이 중무장입니다. 하심으로 중무장을 하고나니 벙실벙실 얼굴이 피어납니다. 일도양단한 용맹지 앞에 억지가 없어지고 기혈이 돌아갑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물결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바다, 산하대지를 지워버리는 어둠, 모두가 흠뻑 생명력을 충족시켜줍니다.

분별은 지울수록 원기는 남몰래 충실해집니다. 어둠과 바다가 분별 전이요, 대자대비 사랑이 분별 전입니다. 몸도 마음도 푹신 쉬게 해주는 동안거, 분별 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동안거, 이~뭘까 시동이 걸려있으니 불국토를 따로 찾을 일이 없습니다. 지수화풍이 제 자리니 바람, 물이 벙실벙실 함께 웃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알고 보니 턱 밑에 숨 쉬는 이놈이네. 길거리 잡담도 바른 법을 굴리고 있는데 달마가 길을 터주고 있는데 뜻을 잃으면 용궁의 경전도 헛다리요, 잠꼬대다.”

경허스님이 짚어주신 법문입니다. 머리머리 고개 숙여 합장으로 인사하니 광대무변의 틀이 순식간에 한 덩어리로 받쳐줍니다. 모양 앞입니다. 수상행식 앞입니다. 안이비설신의 앞입니다. 무명 전이요, 세월 전입니다. 시대신주요, 시대명주요, 시무상주요, 시무등등주입니다. 반야심경은 장군죽비입니다. 절절이 부처님 경책입니다. 무슨 복일까? 매일 부처님 친설을 목전에서 탁마받고 있습니다.

물을 건너, 산을 넘어 이 길을 간다. 만산에 단풍인데 이 물건은 세월도 없네! 역력해서 빈주(賓主)가 떠나고, 요요해서 색공(色空)이 끊어졌습니다. 공산공산(空山空山)에 비바람 잦아 낙엽은 누가 쓰나? 적적요요무일사(寂寂寥寥無一事) 고요해져 일이 없네. 단간심불자귀의(但看心佛自歸依) 이~ 뭘까?




 
   
 



불교일보 동영상 전문채널
서울 불교방송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