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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9-28 18:52
[인물포커스] <법천스님 자전적 에세이>지금 동행중에 스승이 있다
 글쓴이 : 법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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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행중에 스승이 있다

 

중이 목사 이야기를 하면 무엇 하지만 내가 잘 아는 목사 한 분이 있다. 나이가 몇 살 많아 목사 형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육십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그 목사님은 나처럼 젊어서 종교에 귀의 한 것이 아니고, 오십 바로 턱 밑에서 신학을 공부해서 오십 중반을 넘겨 목사 안수를 받았다.

 

나와는 전생에 업의 연이 길었던 듯 사십 년 넘게 종교를 초월해서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이다. 목사와 중이 만나면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못하는 말이 없고 비밀 또한 없다.

 

이런 우리를 예수님이나 석가세존께서 보시면 잘한다고 할까? 꾸짖으실까? 그건 나중에 저승에 가면 물어 보기로 하자.

 

그런데 젊어서 언론에서 밥 빌어먹고 산 그 목사 형은 참 박식하다. 아는 게 참 많고 말도 청산유수이다. 언제 어느 자리에 가서 어떤 주제를 주어도 거미줄 나오듯 줄줄 나온다.

 

결혼식에 갔다가 주례가 안 나와 당황하자 청첩장 하나 들고 올라가 즉석에서 하객을 압도하는 주례를 선 후 사례비를 받아 푸짐하게 한턱내는 멋쟁이 이기도 하다. 그 목사님은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 항상 묵직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지금은 목사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시절에도 그랬다.

 

젊은 시절 둘 만 있는 자리에서 나는 그 묵직한 가방을 빼앗다 시피해서 열어 보았다. 가방에는 취재수첩에서부터 당시의 베스트셀러와 타사 일간지 신문에 스포츠신문까지 들어있었다.

 

아하! 그랬었구나.

 

해박한 지식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을까? 그 후부터 나도 책을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독서 스승 쯤 되는 셈이다.

 

세기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때는 언제인가?

 

2.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3.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1.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고

 

2.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3.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말이다.

역설적인 말인지 모르지만 바보에게 감사하라. 세상에 바보가 한 명도 없으면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는 노래 가사처럼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훌륭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훌륭한 점을 배우도록 노력하고, 나쁜 사람이나 범죄자에게서는 나는 저래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나의 스승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세 사람이 동행하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다.

 

팔순이 다 되는 나이로 지금도 경호회사 고문으로 재직하는 경찰 출신 한 분이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 제대로 상급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순경부터 시작하여 총경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분은 주로 수사 계통에만 근무했다. 자연스레 일선가자들과 대포 마시는 일이 많았다. 얄팍한 월급봉투에 바람처럼 가벼운 수사비 이고 보니 술안주는 대개 순대집의 머리 고기정도였다. 그래도 자리는 화기애애했고 대화는 진지했다. 그분에게 꼭 한 가지 배울 게 있다.

 

아무리 바쁘고 분주해도 남의 애사에는 필사적으로 참석한다. 어쩌다 경사에는 빠지는 일이 있어도 애사에는 필사적이다.

 

수사 형사 시절에는 밤 새워 잠복근무를 하고 집에 가기 전 상가 집 문상부터 오는 얼굴은 부석부석하고 피곤이 묻어 있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야근수당을 전부 내어 놓고 일손이 모자라면 친척처럼 상가 집 일손까지 돕는다. 그 분의 나보다는 남의 슬픔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오늘의 세대를 생각해 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저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모델이어야지 저런 사람처럼 되면 안 되겠다는 모델이 되면 안 된다.

 

극도의 이기심과 황금만능에 빠진 채 모험과 창조의 가슴을 가지지 못하고 순간의 쾌락 뿐 순수의 사랑을 담을 가슴을 가지지 못한 세대, 이미 이루어 진 것을 가지려 할 뿐 창조의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세대들, 이들 세대들에게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실패자의 모습에서 반면교사로 삼는 그래서 얼마의 세월이 흐른 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이기를 권하고 싶다.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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