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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4-26 21:10
[인물포커스] 일붕 서경보대종사 전기<붕새의 꿈과 기적>
 글쓴이 : SBC불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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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경보 청년의 출가결심

 

< 부인에게 구한 출가양해 >

경보청년은 조부님돠 부모로부터 출가위승(出家僞僧)을 받지 못했을망정 자신이 출가 후에 누구보다 고생이 많을 아내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지아비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저녁 경보청년은 아내 이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내 아내이니 요즈음 내 마음이 변화된 것을 알겠지요?”

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 싫어 집을 나가 중이 되려고 하는 것이지요?”

누가 그런 말을 합디까?”

할아버님도 그러시고, 아버님 어머님도 그러시드군요

무어라고 하십디까?”

모두 며느리가 잘못들어와서 아들이 집을 나가 중이 되려고 한다고요

하며 머리를 숙이고 우는 것이었다.

 

여보, 진정하시오. 그건 오해요. 비록 열일곱의 철 모를 나이에 조부님의 뜻에 따라 어쩔수없이 결혼은 했지만 난 당신도 사랑하고 아이도 사랑하오. 그러나 당신과 혼례를 치루기 전부터 출가하여 중이 될 것을 꿈꾸어왔는데 이제 할아버님의 소원도 풀어드렸으니 평소 소원했던대로 중이 되려는 것일 뿐이요.”

할아버님의 소원이라니요?”

연세 많은 할아버님께서 생전에 손자를 장가들이고 증손자도 보시기를 소원하셨었소. 이제 당신도 있고, 어린것까지 낳았으니 할아버님의 소원을 풀어드린 것이 아니겠소

당신은 그렇다 하도라도 나는 누구 때문에 희생되라는 말씀입니까?”

이것이 내 팔자려니 하고 생각하세요. 내 뜻을 이해하시고 내 대신 가정을 돌봐주시오.

정 그럴수없다면 개가를 하셔도 내 당신을 원망치는 않겠고. 나는 이미 결심이 선 이상 도망을 쳐서라도 중이 되겠소.”

 

오랜 침묵이 흐르고 난 후, 이미 지아비의 굳은 마음을 읽은 부인 이씨는 이렇게 물었다.

한가지 다짐해 묻겠습니다. 꼭 중이 될 생각이시고, 그것이 저와 아이가 미워서 집을 나가시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소. 꼭 중이 되겠다는 것도 사실이고, 당신과 아이가 미워서 집을 뛰쳐나가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하늘을 두고 맹세하겠소. 다만 아직 어리고 연약한 당신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출가하는 것이 마음 아플뿐이요.”

당신의 뜻이 정녕 그렇고, 또한 여필종부하는 것이 아내된 자의 도리이거늘 낸들 어찌하겠소. 당신 말대로 내 팔자가 그러려니 생각하고 아이를 키우며 부모님이나 섬기겠소

 

아내 이씨는 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바쳐 오르는 듯 치마폭으로 얼굴을 감싸고 슬피울었다.

여인의 울음은 쇠도 녹이다던가. 경보청년은 사나이로서 아내 앞에 눈물진 얼굴을 보일수가 없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침을 삼키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미안하구려

 

< 빙모님의 대성통곡 >

이 대목까지 구술하신 일붕 큰스님은 60여년전, 연약한 한 여인의 가슴이 너무도 무거운 짐을 안겼던 사실이 가슴아프셨는지는 모르지만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셨다. 그 후의 상황을 일붕 큰스님은 이렇게 구슬하셨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가, 빙모님이 쏜살같이 달려오셨지요. 나를 보자마자 애어멈이 그러는데 서서방이 산으로 들어가서 중이 된다고 했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내 딸이 뭣을 잘못했던가? 눈이 하나 없던가? 입이 째졌던가? 아니면 애를 못낳던가?’ 하시며 다그치셨지. 내가 내자(內者)에게 했던대로 설명했지만 이해하려고 들지 않으셨어요. 딸을 둔 어머니로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다그쳐 묻는 말에 묵묵부답 입을 봉했더니 빙모님은 내가 무슨 팔자로 저따위 인간을 사위라고 두어 속을 썩힌단 말인가하고 대성통곡하셨지. 내자는 옆에서 치맛자락으로 눈물만 훔쳐내고 있었고...”

 

그 다음날 꼭두새벽, 경보 청년은

내가 없거든 산으로 간 줄 알고 계시오. 미안하오하는 쪽지만을 남기고 평소에 입던 옷만 주워입고 집을 나섰다. 하늘에는 그믐달만 짙은 안개속에 외로히 떨고 있었다. 스님의 이와같은 출가 모습은 새벽볕을 바라보며 가빌라성을 떠난 싯달타태자의 출가와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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