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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20 13:18
[전문불교코너] 사라진 옥천사 나한상, 제주도 사립박물관에
 글쓴이 : 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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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는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경남 고성 옥천사의 불교유산들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모은 건 1988년 도난당한 17세기말 나한상(불가에서 뛰어난 성자나 수행자) 5점의 사진들이었다. 조선 후기 걸출한 조각승 색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상들은 단정한 수행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들로 모두 16점이지만, 7구가 도난당했다. 2점은 2014년 이들을 몰래 숨겼던 한 사립박물관장이 붙잡히면서 돌아왔지만, 5점은 아직도 행방을 쫓는 중이다.

 

행사 뒤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은 공개된 5점의 사진과 다른 사립박물관 전시도록 등에 나온 나한상들의 도판 사진들을 비교해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2013년 개관 기획전을 연 제주 본태박물관 전시도록에 도난당한 나한상 2점과 똑같은 상 2점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채색 장삼을 입은 채 맹수를 손에 잡고 다독이는 자세와 표정, 장삼 색감 등이 모두 일치했다. 불교미술사학자 최선일 박사도 도록을 본 뒤 “도상적 특징상 옥천사 나한상이 틀림없다”고 확인해줬다. 도록에는 나한상이란 표기 외에 소장처는 명기되지 않았다.

 

옥천사 쪽은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환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본태박물관 쪽은 개인 소장품을 빌려서 전시한 것으로, 전시 때는 도난품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선희 관장은 <한겨레>에 메일을 보내 “2013년 유홍준 명지대 교수 등이 전시를 기획할 때 외부 소장자한테 대여한 작품인데, 도난목록에 사진이 없어 도난품인 줄 모르고 기획한 것”이라며 “소장자에게 소장 경위 등을 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시와 도록에 작품을 공개한 만큼 박물관 쪽에 혐의를 둘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작품의 유통 경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명 스님은 “도난신고를 곧장 했으나, 조계종단의 사찰도난문화재 백서에 도난 경위 등만 나오고 사진이 실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며 “뒤늦게라도 도난품으로 확인된 만큼 소장자가 기증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옥천사 나한상처럼 지방 고찰의 불상과 불화, 장엄물 등의 문화유산(성보문화재)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도난품의 구체적인 현황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버젓이 거래가 진행되어도 손을 못 쓰는 경우도 생긴다. 도난범들은 국내외 장물아비 등에게 작품을 분산한 뒤 오랫동안 은닉했다가 다시 시중에 내놓아 파는 수법을 쓴다. 그러나 도난 내력을 꿰면서 추적할 수 있는 수사 역량과 도난품 정보체계는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내력을 알고 관련 정보를 엮어 추적할 역량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해 문화재청 단속반 조직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대에도 국립박물관 등에서 전문가들을 파견해 추적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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