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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30 15:30
[전문불교코너] <하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방장 원각스님
 글쓴이 : 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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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각 스님


항상 깨어 있어라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主杖子)를 들어 세 번 치시고)


각화유종무인종覺華有種無人種하고
심화무연일일소心火無烟日日燒하네
수지불조원각성誰知佛祖圓覺性인가
각인일용하불지各人日用何不知인고


깨달음의 꽃씨 있어도 심는 사람 없고
마음의 불 연기 없지만 나날이 타오르네
불조가 전한 원각의 성품을 누가 알겠는가.
사람들이 날마다 쓰면서 어찌 알지 못하는가?


오늘은 하안거 결제일입니다. 삼하三夏결제를 맞아 신심납자信心衲子들이 저마다 심지心地를 다잡고 운집하여 청정가풍 속에 확철대오確徹大悟의 결기決起를 다지고 있습니다. 결제 기간에 총림의 대중은 어떻게 공부를 지어가야 하겠습니까.


조주 선사에게 어느 수좌가 물었습니다.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합니까?”
“그대는 스물 네 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나는 스물 네 시간을 부릴 수 있다. 그대는 어느 시간을 묻느냐?”

과연 그러합니다. 시간을 부리느냐, 시간의 부림을 받느냐가 귀중한 일입니다. 금일 결제대중은 어떠합니까? 부리는 주인입니까. 부림 받는 객입니까. 본분납자는 대신심大信心과 대용맹심大勇猛心과 대의심大疑心으로 삼계三界의 당당한 주인이 되어 생사공안生死公案을 밝혀야 합니다. 도솔천 내원궁에 거꾸로 매달려도 주인이 되고, 아수라의 정수리를 바로 밟아도 진실되게 참구해야 합니다.


서암사언瑞岩師彦화상이 매일 자신을 향해 말했습니다.
“주인공아!”
그리고 스스로 대답하기를,
“예!”
“항상 깨어있어라!”
“예!”
“언제 어디서라도 남들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예!”
앉아도 선이요(坐亦禪), 움직여도 선입니다(行亦禪). 언제 어디서나 본참화두本參話頭로 깨어있는 자가 참공부인입니다. 본분납자本分衲子가 되어 순역경계順逆境界에 항상 깨어있다면 하루 종일 부리고 살 것이여, 호구승糊口僧이 되어 경계마다 끄달려 허송세월 한다면 부림을 당하는 종노릇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금일 총림의 대중은 깨어있습니까?”

달마가 서쪽으로부터 건너와(達磨西來) 소실봉少室峰 아래에서 9년 동안 만벽하셨고(九年面壁), 혜가는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어 바쳤으니(二祖立雪斷臂)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감수했습니다.(甘受盡難辛).


그러나 달마는 일찍이 한 마디 말도 던지지 않았고(達磨不曾措了一辭), 혜가도 일찍이 한 글귀도 묻지 않았으니(二祖不曾問着一句), 그러면 달마가 사람들을 위하지 않았다고 해야만 옳겠습니까(還喚達磨作不爲人,得麽)? 혜가가 스승을 구하지 않았다고 해야만 옳겠습니까(二祖做不求師, 得麽)?


산승이 옛 조사들의 일들을 상기할 때마다, 문득 몸 숨길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되고 뒷사람의 연약함을 부끄럽게 여기게 됩니다. 제불조사들이 후래중생을 위해 목숨 바쳐 최상승법最上乘法을 드러내 보여 주셨건만 오늘 날 우리 납자들은 공부인工夫人의 기상氣像이 옹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릇 생사해탈을 구하는 본분납자는 삼천대천세계를 한 입에 삼키고도 남음이 있어야 하고, 백만의 아수라대군을 맞이하고도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당당한 기백氣魄이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별호를 조어장부調御丈夫라 하는 것은 백만의 번뇌마군과 싸워 당당히 이겼기 때문이요, 조사를 일러 도중지수盜中之首라 하는 것은 스승이 가르친 법을 낚아채는데 으뜸이기 때문입니다.


본분사를 결택한 수행인修行人은 불법彿法의 조어장부가 되고 법문法門의 영수嶺首가 되어 화두話頭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조사관組師關을 투과透過하기 위해서는 팔만 사천의 땀구멍마다 의정疑情으로 뭉쳐야 반분半分의 묘妙가 있을 것입니다.


임제 스님은 황벽 선사 밑에서 공부했습니다. 그 수행태도는 아주 순수했습니다. 이것을 본 그 당시의 수좌首座 목주 화상은 “이 때까지 노사에게 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습니다. 무엇이라고 물어야 될지 몰라서 못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가서 불법의 근본 뜻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보아라.”

임제가 황벽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바른 뜻입니까...” 채 말이 끝나기 전에 황벽은 주장자를 내리쳤습니다. 임제가 돌아오니 수좌가 물었습니다. “문답은 어찌 되었느냐?”“저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사老師에게 맞았습니다. 왜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더 가서 물어보아라.” 임제가 또 가서 물었습니다.


또 황벽은 주장자를 내리쳤습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해서 묻고 맞았습니다. 마침내 임제는 수좌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친절하게 인도를 받아 노사에게 묻는 기회를 얻었습니다만 세 번을 물어 세 번을 다 맞았습니다. 인연이 아직 익지 않아서인지 저는 그 종지宗旨를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떠나야겠습니다.”“그러면 할 수 없지. 하지만 가더라도 노사에게 허락을 받고 가거라.”


수좌는 한 발 먼저 황벽에게 와서 “아까 스님에게 찾아온 운수雲水는 대단히 성실합니다. 만약 작별인사 하러 오거든 잘 지도해서 보내주십시오. 그는 잘만 기르면 장래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천하의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임제가 황벽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가니, “너는 아무데고 너 마음대로 가서는 안된다. 고안의 대우 화상을 찾아가거라. 대우 화상은 너를 위해 꼭 유익한 법문을 해 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임제는 대우 선사를 찾아 갔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황벽의 회상에서 왔습니다.” “황벽은 어떻게 너를 지도하더냐.” “저는 세 번이나 불법에 대한 근본 뜻을 물었건만 대답은 듣지 못하고 세 번이나 매만 죽도록 맞았습니다. 저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벽은 마치 할머니가 외손자를 사랑하듯 너를 위해 애써 친절히 일러주었는데도 그런 줄도 모르고 나한테까지 와서 허물이 있니, 없니 말하느냐? 이 미련한 놈아!” 하고 꾸짖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임제는 홀연히 깨달았습니다.


이 번 철 90일 동안에 현성공안(現成公案)이 타성일편(打成一片)하여 반드시 조사의 관문을 통과하도록 합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석 달 후에는 틀림없이 공짜로 먹고 잔 밥값계산을 할 것입니다.


조사서래의여하組師西來意如何오
소림원대집중다少林院大集衆多하여
삼하결제산림성三夏結制山林盛한데
수유결택본분사誰有決擇本分事인가.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가.


소림선원은 크고 대중은 많이 운집하여
삼하안거 결제 살림은 번성한데
누가 있어 본분 일대사를 결택하겠는가.


(주장자 한 번 치시고 하좌하시다)


불기 2559(2015)년 을미년 하안거 결제일에
해인총림 방장 벽산원각碧山源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