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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04 18:22
[전문불교코너] <전문>백양사방장 지선스님 동안거해제법어
 글쓴이 : 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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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수행자는 죽지 못해 사는 세상과 함께 해야....
                                     
“하진이라는 보석도 땅에 떨어지면 티끌과 섞이고
천년학도 집을 나서면 들짐승의 침노를 받는다.
오랜 수행자라도 세간에 들어가 섭화중생 하려면
산문 밖에 나설 때부터 깊은 강물 위 살얼음 밟아가듯
조심조심 살피며 하고픈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서산스님 말씀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삼동안거 고요한곳의 수행을 잠시 끝내고 산문 밖으로  나아가 시끄러운 곳으로 수행을 연장해 갈것입니다. 수행의 궁극적인 원력은 지혜로서 요익중생(饒益衆生)하는 것입니다.

 

 삼동안거 동안의 애매모호 했던 자신의 깨달음은 실천이라는 실습을 통해 스스로가 점검될 것입니다. 경전과 선서에서만 배운 마른 지혜와 보고 듣고 검색하여 얻어진 지식과 상식의 전문성만 가지고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본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수행자는 식심견성(識心見性)·발식취경(發識取境)·근진동원(根塵同源)이라는 말처럼 육근·육식이 하는 고급 놀음에 매몰되기 십상입니다.

 

 마음공부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통찰력으로 바로 본질이 드러나는 종지(宗旨)의 맛을 알 것입니다. 마음의 본성을 잘못 알면 천경만론을 가로 새로 외운 다해도 큰 이익이 없습니다. 책과 논문을 담아둔 궤짝과 같아 상견과 단견과 여러 주의·주장들이 얽히고 설켜 지금 당장 현실 속에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작은 물고기나 잡는 그물과 같을 뿐입니다.

 

 짧은 시간만이라도 소위 자아(眞實自己)라는 그림자라도 제대로 보았다면 삶의 커다란 변화로 연결되고 주위에 놀라운 영향이 발휘될 것입니다. 시절과 인연에 상관없이 무상 그대로가 제법실상의 본질이요 환화공신이 즉 법신이니 삼세 억천만사가 시공을 떠나 일괄 타결돼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언제나 살아 숨 쉬며 새 역사를 무한히 창조하고 모든 생명에 심금을 울려 편안케 해주는 것이  평상심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도 한갖 생각놀음이요, 언어의 유희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발원하여 공유하는 위대한 목표일지라도 그 굳은 신념을 증거하는 삶은 얼마나 어렵고 힘겨운 일입니까? 그 이유는 우리네 삶의 생존논리는 언제나 본질적 가치를 넘어서는 게 현실입니다. 교리행과의 가르침이나 명심견성의 까달음이 언어 문자와 구두선에 떨어지고, 바로 확인되는 결과는 미세하여 사람들이 귀의하지 않고 망설이게 합니다. 누구의 탓 입니까?

 

 그러므로 수행자들은 고요한 산중 밖에 나가서는 세간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에 대하여 매우 조심스럽게 가까이하여 무상·무아·열반세계를 온몸으로 얘기해주며 배려와 존중의 수평적 관계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우리사회 양극화속에서 생기는 불신, 불안, 불평등, 불륜, 부조리 때문에 겪는 고통과 환경오염 및 분단의 아픔에서 파생된 고난을 함께 해야 합니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과 오포세대 젊은이들 속에 투신해 보는 것, 매사를 긍정 속에 부정하도록 함께하면서 그 과정에서 꿈과 희망을 열어주는 수행자의 외연하고 청정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천경만론을 종으로 횡으로 외운다 해도 실천이 없으면 자칫 전천후 관념에 그치며 갈등하게 됩니다. 죽은 고목처럼 앉아서 삼매에 든다 해도 아라한의 흉내밖에 될게 없으니 명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눈들어 강산을 보니
천백억 화신들께서
향기로운 미소로 우리들께
손짓하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