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전국적 서명운동을 결의합니다.

불교는 이 땅에 전래된 이후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민족문화 발흥의 주역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나라에 시련이 닥칠 때마다 대승불교의 생명존중과 동체대비심으로 국난극복에 앞장섰습니다.

신라시대에는 호법호국(護法護國)의 사상이 성립되었고, 고려·조선·근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국난의 위기 속에서 스님들은 국가와 민족을 구하는 일에 자신을 돌보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서산대사께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都摠攝)’직을 수여하고 나라와 백성을 구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처영대사, 영규대사께서 이끄시는 수많은 승군은 계를 파하는(越戒)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직 국가와 백성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어나셨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국가는 조선의 군세를 회복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님들의 공로를 인정하여 산성의 축성과 수비, 사고지 수호를 승장과 승군에게 맡겼습니다. 스님들은 일제강점기에도 3.1운동,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위기상황에서뿐 아니라 평시에도 중대한 임무를 맡아 수행했던 승장과 승군들의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희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호국의승의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여 한국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진 승군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고, 그분들의 정신을 기리자는 움직임이 불교계 뿐 아니라 정관계, 학계를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이에 2014년 6월 25일 종단은 ‘호국의승의날’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중앙종회는 ‘호국의승의 날’제정 사업을 종단의 중점사업으로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그 뒤 불교계는 물론 정·관계, 학계 등을 망라한 범국가적인 ‘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8월 27일 발족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추진위원회는 발족식에서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국가기념일 제정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우리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수많은 승장과 승군의 희생을 올바로 추모하기 위하여 종단 산하 전국 본말사를 중심으로 ‘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합니다.

‘호국의승의날’은 불교계만의 기념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승장과 의승들은 불교를 수호하고 불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국가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동체대비 호국애민의 숭고한 정신을 발하셨습니다. 따라서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전국적 서명운동을 결의함과 동시에 ‘호국의승의날’이 하루속히 제정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불기 2558(2014)년 10월 21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 주지회의 대중 일동

(직할교구,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제3교구본사 신흥사 주지,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제5교구본사 법주사 주지, 제6교구본사 마곡사 주지, 제7교구본사 수덕사 주지,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제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주지, 제11교구본사 불국사 주지, 제12교구본사 해인사 주지,
제13교구본사 쌍계사 주지, 제14교구본사 범어사, 제15교구본사 통도사 주지,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제21교구본사 송광사 주지,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군종특별교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