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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23 00:36
[교양/문화] 교수신문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
 글쓴이 : 곽선영기자
 
 
▲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하영삼 경성대 교수(중어중문학과)가 『金文集成』에서 집자했다. (교수신문 캡쳐)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다)’. 
<교수신문>은 교수 724명을 설문한 결과 201명(27.8%)이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곽복선 경성대 교수와 고성빈 제주대 교수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史記>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고해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진홍 인제대 교수(사회체육학과)는 술수만 난무하는 현재 상황을 빗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민 제주한라대 교수(간호과)는 “정치계의 온갖 갈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 스스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사자성어는 ‘삭족적리(削足適履)’(23.5%)를 꼽았다. 상식에 어긋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말한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전시행정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삭족적리는 <회남자(淮南子)> 권17 「설림훈(說林訓)」에서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고 했다.

이어 ‘지통재심(至痛在心)’(20.3%)과 ‘참불인도(慘不忍睹)’(20.2%)를 꼽았다. 세월호 참사에 지성들의 마음이 반영됐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효종이 청에 패전해 당한 수모를 씻지 못해 표현한 말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희생자를 기리는 지성들의 마음이 담겼다.

곽신환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라고 밝혔다.

참불인도는 당나라 시인 리화의 <弔古戰場文(弔古戰場文)>의 “상심참목, 유여시야(傷心慘目, 有如是也)”를 줄인 말로,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뜻이다.

김언종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윤리적 각성과 사회시스템의 올바른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2015년 을미년 신년법어에서 올해는 '단장의 아픔으로 점철된 해'라고 평가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에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였다. 

지록위마 유래 :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걸 뜻한다. 秦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에 趙高란 악당이 있었다. 조고는 시황제가 죽자 遺詔를 위조해 태자 扶蘇를 죽이고 어린 데다가 어리석은 胡亥를 내세워 황제로 옹립했다. 그래야만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호해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李斯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자기가 승상이 돼 조정을 완전히 한 손에 틀어쥐었다.

조고는 입을 다물고 있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술책을 썼다. 어느 날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제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조고가 짐짓 사슴을 말이라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저게 뭐 같소?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라고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신들은 조고가 두려워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나마 의지가 남아 있는 사람만이 ‘사슴입니다’라고 말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답한 사람을 똑똑히 기억해 뒀다가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니 누구도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게 됐다고 한다. 또한 황제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면서 정사에서 손을 뗐다고 전해진다. (출처 : <史記>, <고사성어 따라잡기> ((주)신원문화사, 2002.5. 설명=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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