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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14 21:25
[불자소식] 조의연 동국대총장후보 사퇴
 글쓴이 : 곽선영기자
 

 *조의연 동국대 총장 후보

 

조의연 제18대 동국대 총장 후보(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12월 14일 오후 4시 동국대 정각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총장 선거 원점 시작을 주장했다.

 

이날 조의연 후보는 “선거가 공정성이 이미 훼손된 것으로 판단해 선거 완주를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의연 후보는 이어 “종단은 총장선거 개입을 즉시 중단하고, 대학의 최고 기구인 재단 이사회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이번 18대 총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의연 후보는 12월 15일 오전 중으로 후보사퇴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조의연 동국대 총장 후보의 사퇴의글 전문-

 

동국대학교 18대 총장후보를 사퇴하며

 

종단의 선거개입으로 김희옥 현 총장이 총장후보에서 사퇴하는 황당하고 참담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동국대 18대 총장후보이기 전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불전 앞에서 무릎 꿇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선거는 절대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기본원칙이 동국대학교에서 처참하게 파괴되고 훼손되었기 때문입니다. 법과 규범을 가르치고 준수하여야 하는 교육기관에서 법과 규범이 철저하게 유린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학사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서열경쟁구도를 지나, 학령인구 감축에 따른 관계당국의 구조개혁사업이 구체화되면 이제 처절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하여 그동안 우리 동국대학교는 외부영입 총장들의 성과주의적 학교운영에 의하여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소외되고 교수사회는 학문공동체로서의 아카데미즘을 상실하였으며, 그리고 ‘보여주기’식 사업과 등록금 감소정책, 과도한 외부평가를 위한 비용지출 등에 의해 학교재정운영도 여의치 않는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전환기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내 구성원들과 동문사회, 그리고 조계종단이 한마음이 되어 해쳐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의 총장선출은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모으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금번의 총장 선거는 학생이나 교직원은 물론 모든 동국대학교 관계자들의 자존심에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구성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 화합과 참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격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여 동국대학교가 생존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희 동국대학교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립학교입니다. 108년 전 교계 선각자들의 원력으로 설립돼 불법을 홍포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설립되었습니다. 당연히 불교계는 이러한 건학이념이 올바로 구현될 수 있도록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권을 존중하고 학교발전을 위해서 힘을 모아나가야 합니다. 동국대학교의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면 종단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상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종단 권력의 직간접적인 관여에 의하여 어려움을 겪어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총장선출과정과 같이 법적기구인 이사회의 권한을 초월하여 총장선임절차를 철저하게 유린한 역사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저는 총장후보자로서가 아니라 대학교수로서 교육자로서 호소합니다. 불교 선각자들께서 발원했던 것처럼 동국대학교는 우리 사회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동국대학교를 어둠과 혼란 속에 빠뜨린 종단은 총장선거 개입을 즉시 중단하고, 대학의 최고 기구인 재단 이사회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이번 18대 총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대학이 더 깊은 갈등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막고, 종단의 건거 개입으로 무너진 우리 대학 구성원들과 20만 동국가족의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진정 뜨거운 가슴으로 부처님 전에 발원합니다. 교계선각자들의 원력으로 설립된 동국대학교가 학교 외부의 권력으로부터 자율권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운영하는 이사회와 건학주체인 종단에 대하여도 간구 드립니다. 이사회는 학교에 대한 높은 책임감과 자주성을 견지하여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쉬게 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조계종단은 설립주체로서의 여법한 위의를 갖추고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존중해주시기를 간곡히 간구드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2015년 12월 14일
동국대학교 18대 총장후보 교수 조의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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