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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22 16:25
[출판/공연] 동학농민전쟁 120년 녹두꽃 지다 <전봉준의 혁명의 기록>출간
 글쓴이 : 곽선영기자
 

이이화 지음|생각정원 펴냄|279쪽 |값14,000원
 
1984년, 이 땅의 온 민중이 동학농민군이라는 이름으로 봉기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민족운동․인권운동의 효시로서 그 의미가 크다. 대내적으로는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권사상과 대외적으로 자주국가라는 사실을 알리는 반외세의 기치를 부르짖었다. 토지제, 신분제, 남녀 차별 등 조선 사회의 근간을 송두리째 바꾸려는 일대 혁명이었다. 그 중심에 전봉준이 있었다. 최근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사 교사 100여 명 선정한 ‘2014년에 부활시키고 싶은 조선시대 인물’ 중 전봉준이 5위를 차지했다.


개혁 혁명가 전봉준은 신분과 남녀의 차별이 없고, 외세를 물리친 독립국가를 열망했다. 하지만 120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전봉준이 바라던 평등과 자주의 세상은 열렸을까. 이이화는 “오늘날 조국이 분단되어 갈등이 일어나고 강대국의 간섭이 사라지지 않고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의 모순은 근본적으로 청산되지 않고 있다. 또 탐욕적 자본주의가 만연해 이권을 독점하고 빈부 격차가 벌여졌다. 새로운 불평등사회가 빚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전봉준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전봉준, 혁명의 기록》은 민중역사학자 이이화가 ‘발견’해 재조명한 전봉준 평전이다. 저자는 지난 1994년에 조직된 ‘동학농민전쟁 100주년 기념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봉준을 새롭게 만났고 이 책의 집필을 계획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삶을 재조명하기에 문자로 남은 단편 기록은 자료로서 불충분했고, 구전되는 기록은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웠다. 특히 민간에 전해지는 기록의 경우 ‘영웅’을 바랐던 민중의 열망이 개입돼 내용이 미화되기 일쑤였고, 조선 지배세력은 ‘역적’ 전봉준의 좋은 주장도 나쁘게, 바른 행동도 그르게 그렸을 뿐 아니라 아예 배제하곤 했다. 이런 탓에 전봉준의 삶을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나름의 해석을 내려 자기 주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여러 이설이 나오게 됐다.


이이화는 오직 진실만을 추적하기 위해 의심하고 고증하기를 반복했다. 동학농민전쟁의 기억이 스민 현장을 수십 차례 답사하고 현지인을 증언을 수집하면서 얻은 진실부터 조선 관료들의 기록, 후대 연구자들의 평가와 일본의 기록물들까지 빠짐없이 살폈다. 특히 당시 일본 사람들이 밀정 노릇을 하면서 쓴 목격담과 신문 기사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가난에 내몰려 떠돌이생활을 하며 민중의 삶을 목격했던 성장기부터 역적으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지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정의와 평등, 자유를 위해 저항한 인간 전봉준을 되살려냈다.


전봉준은 1855년 12월, 전라북도 고창 당촌에서 태어났다. 작지만 용맹했던 소년, 가난으로 이 마을 저 마을 전전하며 산 까닭에 지배세력과 외세에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목격할 수 있었던 청년기, 탐관오리 조병갑의 복수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그 후 농민 봉기, 동학에 입교해 차별 없는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기 위해 목숨 건 투쟁을 하다 결국 1895년 3월, 갑오년 농민전쟁의 책임을 지고 교수형에 처해진 비운의 혁명가로 기억된다.


전봉준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 시선으로 나눌 수 있다. 민중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을 개혁할 희망이었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지배세력에게는 ‘역적’이었으며, 일본에는 조선 침략의 ‘도구’로 이용 가치가 높았다. 여기에 전봉준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자 했던 흥선대원군의 욕망이 더해질 수 있겠다. 저자가 재조명한 전봉준은 불평등과 부자유에 시름하던 온 민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아래로부터의 변혁운동으로서 농민 봉기를 주도한 ‘휴머니스트’다. 혁명 과정에서조차 폭력에 앞세우기보다 설득하고 논의하려 노력했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저자 소개] 

 이이화     

 민중사·민족사·생활사 중심의 한국사 기술에 열정을 쏟아온 역사학자. 《전봉준, 혁명의 기록》은 저자가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해 재조명한 전봉준 평전이다. 민간에 구전돼오는 증언과 조선 지배세력의 기록, 후대 연구자들의 평가와 일본의 기록물들까지 꼼꼼하게 추적했다. 가난에 내몰려 떠돌이생활을 하며 민중의 삶을 목격했던 성장기부터 역적으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지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정의와 평등, 자유를 위해 저항한 인간 전봉준을 되살려냈다. 가히 처음 만나는 전봉준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1937년, 한학자이자 《주역》의 대가인 야산也山 이달李達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1945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둔산으로 들어가 한문 공부를 했으며, 열여섯 살 되던 해부터 부산·여수·광주 등지에서 고학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 후 문학에 관심을 갖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으나 중퇴하고 한국학 및 한국사 탐구에 열중했다. 이후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며 《허균의 생각》 《한국의 파벌》 《조선후기 정치사상과 사회변동》 《한국사 이야기》(전22권) 《역사 속의 한국불교》 《인물로 읽는 한국사》(전10권) 등 다수의 저서를 썼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와 서울대학교 규장각 등에서 한국 고전을 번역하고 편찬하는 일을 했고,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계간 『역사비평』 편집인, 서원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원광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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