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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19 18:06
[출판/공연] 새와 관련한 모든것 실린<새문화사전>출간
 글쓴이 : 양경연기자
 

지은이 : 정 민 | 발행일 : 20141117 | 값37,000원 | 글항아리

                      

         


36종 새에 대한 섬세한 관찰


새와 관련한 옛 문헌과 고전문학 총망라


조선의 풍경화와 영모화, 민화, 중국 명청시대 새 그림에서부터


현대의 희귀한 새 사진에 이르기까지 새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다


 

옛사람들의 새에 대한 이해 방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새에서 새를 보기보다는 인간을 보았다. 새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의 삶을 반추해보았다. 학을 마당에 놓아기르면, 학의 무궁한 생명력과 흰 깃털의 고결함이 내 삶 속에 깃들 것으로 믿었다. 내 집에 까치가 둥지를 틀면 까치가 물고 올 반가운 소식이 언제나 함께할 것으로 여겼다. 위아래의 차례를 지키고 한 번 정한 배필은 죽어도 바꾸지 않는 기러기를 혼인의 예물로 바쳐 새 언약의 징표로 삼았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고 자기 갈 길을 지키는 정신을 살려 꿩은 선비의 폐백이 되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탁란한 뻐꾸기 새끼를 기르는 것을 보고는, 작은 것이 큰 것을 낳았으니 장차 큰일을 이룰 조짐이라며 기뻐했다.

이런 시선은 때로 새에게는 불공정한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올빼미가 울면 주인이 죽거나 그 집에 불이 난다 해서 보기만 하면 죽였다. 올빼미가 기쁜 소식을 몰고 오는 까치집을 차지한 것을 내게 올 기쁨을 빼앗는 듯이 여겼다.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는 탐관오리의 화신으로 낙인찍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나무속을 파먹어 동량으로 쓸 재목을 망치는 딱따구리는 가증스런 파괴자로 미움을 받기도 하고, 나무를 좀먹는 벌레를 잡아먹어 나무를 지켜주려는 수호신으로 생각되어 칭찬받기도 했다. 새의 행동, 새의 생태 하나하나는 모두 인간세계의 도덕적 준칙에 따라 판단되어 좋고 나쁨이 결정되었다. _서설

  

 

도롱이옷 풀빛과 뒤섞여 있어 蓑衣混草色

백로가 시냇가 내려앉았네 白鷺下溪止

놀라서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或恐驚飛擧

일어날까 다시금 가만있었지 欲起還不起

(이양연李亮淵, 「백로白鷺」)

 

백로가 도롱이를 풀더미로 착각하고 그 위에 앉았다. 백로가 놀랄까봐 선뜻 일어서지 못하고 기다려주는 작자의 고운 마음씨와 백로가 어우러진 애틋한 풍경이다. 발이 딛고 선 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에게 허공을 자유로이 나는 새는 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힘찬 날갯짓을 하는 새를 보며 비상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한다. 그럼에도 새는 늘 인간 삶에 가까이 있다. 아침에 짹짹거리는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올 것을 기대하고, 올빼미가 울면 불길한 예감에 잠을 설친다. 어떤 새는 특이한 몸 빛깔이나 목소리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고 혹은 미움을 사기도 한다.

 

다양한 새의 모습은 문학작품과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학에 등장하는 새들은 무척이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고전 속 「황조가」의 꾀꼬리, 고려 예종이 지은 「유구곡」의 뻐꾸기, 「정과정곡」의 접동새 등 우리 옛 한시에서 이미 새는 인간 가까이서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노래해왔다. 회화에서 새를 그린 것은 영모화翎毛畫라 부르며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그림 속 새들은 대부분 상징적인 의미를 띠기 때문에 독화讀畫의 원리를 알고서 보면 그림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듯 새 그림에는 옛사람의 문화를 읽는 지도가 숨겨져 있다.

 

이처럼 새를 보고 문학뿐 아니라 조류학과 미술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저자는 『새 문화사전』을 펴냈다. 즉 이 책은 세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인문학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는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시작은 작은 걸음에서 비롯되었다. 한시를 연구하다가 생겨난 새에 대한 호기심이 이에 이른 것이다.

 

이 책은 옛 한시와 설화, 그림 속에 담긴 새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10여 년 전에 펴냈다가 그림 속에 담긴 풍부한 상징성과 화가의 탁월한 솜씨, 그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도판들을 새롭게 추가하고, 새와 관련된 민화와 도자기 자료들을 추가했으며, 새 전문가의 사진들도 함께 수록했다. 또한 『발합경』 「태평성시도」 등 그간 보충된 연구를 바탕으로 결정판 ‘새 문화사전’으로 묶어냈다.

 

지은이 / 정민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다산선생 지식경영법』『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미쳐야 미친다』『삶을 바꾼 만남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마음을 비우는 지혜』『내가 사랑하는 삶』『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돌 위에 새긴 생각』『다산어록청상』『성대중 처세어록』『죽비소리등을 펴냈다. 이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오직 독서뿐』『책 읽는 소리』『스승의 옥편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등을 썼다. 아울러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우리 한시 삼백수,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을 펴냈고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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