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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3-08 00:00
[불교소식] '묘엄'스님의 불교 • 삶이야기
 글쓴이 : 배승효 편…
 
“그거 입지 마라. 남이 준다고 아무거나 얻어 입으면, 나중엔 신랑감도 남이 주면 얻었다고 갖겠네?”
“…”
“지금 당장 벗어라.”
“예.”

도선사 조실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청담(1902~1971)스님이 무명승복을 입지않고, 고급 두루마기를 빌려입고온 그의 딸 묘엄(71) 스님에게 보인 모습은 평생 불교정화에 앞장선 서릿발 같은 엄정함과 딸을 올곧게 이끌어주려는 깊은 자애로움이 담겨 있다.

묘엄 스님의 <회색고무신>(시공사)은 단지 한 인간의 삶의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묘엄 스님은 청담 스님의 딸로 태어났다. 외아들로서 노모와 처와 딸을 두고 출가했던 청담 스님이 가문의 뒤를 이을 씨 하나만 심어달라는 노모의 눈물어린 간청에 못이겨 단 하룻밤 `파계'의 씨앗으로 낳은 이가 묘엄 스님이었다.

14살에 어머니에 의해 청담 스님에게 보내져 청담의 절친한 도반이었던 전 종정 성철 스님을 스승으로 출가했다. 그 뒤 청담•성철 스님 뿐 아니라 향곡, 운허, 경봉, 동산, 자운 스님 등 근현대 불교의 대표적 고승들의 채찍과 자애로운 가르침을 받아 이 나라 최초의 비구니 강사로 성장했다. 때문에 그의 삶 속엔 근대 고승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손수 옷을 꿰매어 입던 청담 스님과, 함께 탁발하곤 했던 성철•향곡 스님, 구정물통에 참기름이 떠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비롯한 모든 대중들이 구정물을 마시도록 한 성철 스님, 거름을 져 나르던 향곡 스님, 고춧가루와 깨소금과 참기름을 방안에 두었다가 쓸 때만 내주었던 경봉 스님…. 신도의 시주물을 천금처럼 소중히 여기며 엄혹하게 수행했던 수행자들의 생생한 모습이다.

특히 청담 스님이 출가한 뒤에도 수절하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다가, 훗날 자신의 딸조차 출가토록 하고, 결국 자신마저 딸인 묘엄 스님에게 맡겨 머리를 깍은 도성 스님 등 묘엄 스님의 가족사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묘엄 스님의 속가 조카인 김용환(부산대 철학과)교수가 스님의 구술을 녹취했고, <고승열전> 시리즈를 쓴 윤청광씨가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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