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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1-12-06 00:00
[불교소식] 환자 찾아 치료하는 포교스님, 퇴마사 성안 스님
 글쓴이 : 이화여대 …
 
흙으로 만든 담과 할로겐 전등, 경기도 오산시의 한적한 교외에 자리 잡은 원효사는 절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 같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보통절에서 들려야 할 목탁소리가 아닌 드럼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드럼 소리가 멈춘 사이 사이에는 어린 아이의 "하지 말란 말이야! 아파! 아파!"하는 호들갑스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절'과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격렬하게 드럼을 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귀신을 쫓는다'는 성안 스님이었다. 흔히 귀신이라 말하는 '영가'들을 다스려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의식인 '구병
시식' 중이었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던 사람은 어린 아이가 아니라 29세의 주부였다. 이른바 '아기 귀신이 씌였다'는 빙의 환자다. 엄숙하고 경건한 작업같지만 실제 상황은 그 반대다. 얘기만 듣고 있어도 웃음이 터질 만큼 화기 애애한 상황이다.

이것은 성안 스님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고 그 탓에 귀신들까지도 제멋대로라고 한다. "얼마 전엔 누구 귀신이냐고 물었더니 이주일 귀신이라 며 이주일 흉내를 냈다가 다음엔 박명수 귀신이라고 장난을 치대요. 하도 기가 차서 '야, 다음 타자!'라고 외치자 '다음 타자는~(야구장 장내 방송 흉내)' 그러면서 또 다른 귀신이라고 속이는 거예요. 나, 참 이건 정신병인지 신병인지 저도 헷갈리더라구요."

성안 스님은 개구장이에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다. 작은 키와 통통한 체구에 여느 스님들처럼 승복을 갖춰 입었지만 무언가 다르다. 속세에서 부잣집 막내 아들이었던 그는 고리타분하기만 한 불교를 무척 싫어했단다. 오히려 교회에 자주 나가고 헤비메탈 록밴드에서 활동하면서 드러머를 꿈꾸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갑작스럽게 뇌일혈로 쓰러져 병원에서도 3일을 넘기기 힘들다는 아버지를 책에서 익힌 기 치료와 극진한 간호로 회복시키면서 기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정신세계와 종교에 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때 '나이롱' 기독교 신자이기 도 했고 몰몬교, 남묘호랑객요 같은 온갖 종교를 돌아다니면서 참 많이 기웃거렸어요"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던 중 배타적인 대부분의 종교와는 달리 진리를 추구하고 윤회를 강조하는 불교 경전의 한 구절을 읽고 충격을 받아 불
교에 입문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여느 스님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저 기도를 하면서 수행을 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포교 활동을 하고 환자를 찾아 치료한다. 그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이모씨(29세.여.제주도)는 "7년간 병명도 모르는 체 앓고만 있었는데 스님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젠 걱정안해요. 생명의 은인이죠"라며 스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정작 성안 스님은 "치료하려면 환자 안에 있는 영가에게 고통을 주어 내쫓아야 하는데 환자와 영가는 같이 존재하니 둘다 고통 받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며 고충을 이야기한다.

스님에게는 별난 구석이 또 있다. 일반인은 알아듣기 힘든 염불을 우리말로 쉽게바꿔버렸고 자신이 좋아하는 드럼, 심벌즈를 사용해서 귀신 쫓는 랩 음악까지 만들어 '용왕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성안 스님은 오토바이 광이다. 어릴 적 괴짜 아버지 덕택에 13살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드럼과 오토바이와는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폭주족 스님이라고 비난해도 할말은 없어요"하며 어린 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인지 포교 활동에서도 오토바이 폭주족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실제로 조만간 그들을 위한 불교 음악회를 열어 건전한 오토바이족들을 만들겠다는 구상중이다.

오는 연말 쯤에는 일본에도 간다. 표면상 목적은 치료차이지만 스님의 속마음은 그것이 아닌 듯 하다. 그는 10년 전에 일본 고승에게 퇴마 치료를 받으며 "지금은 간신히 물리쳤지만 10년뒤(올해)에 이 귀신이 다시 올 것"이라는 예견을 들은 환자를 만날 것이다.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대체 10년만에 돌아오는 귀신은 뭐죠? 그렇다면 10년 동안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또 그 고승께서는 10년 후에 돌아올 지를 어떻게 아셨을까요?" 그의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이 퇴마 스님은 귀신을 쫓는게 아니라 귀신과 한바탕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내기를 걸어야 한다면 아마도 이 신기하고도 특이한 스님 편에 걸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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