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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16 00:00
[불자소식]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춘천교도소 불자수용자
 글쓴이 : 유영준 기…
 

봉축을 앞두고 교도소 안팎을 장엄할 등을 만들고 있다는 수용자를 만나기 위해 지난 8일 춘천교도소로 갔다. 따뜻한 햇살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지만, 커다란 철문 안 그곳에서는 왠지 한기가 느껴졌다. “높은 담을 기준으로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1℃”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교위의 말이 사실인양 고개를 끄덕이며, 법회가 열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넓은 강당에 앉아 있는 불자 수용자들은 단출했다.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교법회는 매주 금요일 1시부터 약 한 시간가량 이어진다. 홍천 백락사 주지 성민스님과 포교사단 교정교화팀 등이 교정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들의 신행활동을 돕는다. 불교법회에는 약 40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법회 참석인원은 개신교에 비하면 1/3에 불과하지만, 사식에 영치금까지 넉넉하게 넣어주는 개신교의 풍족함 대신 불교를 택한 수용자들의 신심이 대단하다. 교도소에서는 신심 깊은 수용자들을 위한 종교방을 별도로 운영한다. 같은 종교인들 6~7명이 한 방에 살면서 생활하는데, 아침저녁 예불이나 자기 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신심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현재 11명의 수용자가 불교방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들이 봉축준비의 핵심인력들이다. 불교방 수용자들은 요즘 밤마다 연잎을 빚느라 바쁘다. 복도와 운동장에 모신 관세음보살상 주변까지 장엄할 연등을 만들려면 쉬는 시간마다 연잎을 말아놔야 한다. 그래야 금요일 법회 때 다른 수용자들과 연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석탑 모양의 장엄등까지 만들기로 해 쉴 틈이 없다. 게다가 교도소 봉축법회는 부처님오신날보다 항상 빨리 열려 여유가 많지 않다. 춘천교도소에서는 오는 29일 오후1시에 봉축법회가 예정돼 있다. 이날 많은 이들이 교도소를 찾는다. 잔치를 앞두고 수용자들은 마음이 들떠 있다. 수용자 불교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성지 거사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불교방 거실에 모여 연잎을 만드는 게 일상”이라며 “바쁘긴 하지만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다”며 웃는다. 갈라진 그의 손끝이 선명한 자주빛인 걸 보니 열심히 연잎을 말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교정인불자모임인 불심회 회장 원두연 교위는 “쉬엄쉬엄 준비하라고 해도 얘기를 듣지 않는다”며 “신심 있는 수용자들 덕분에 올해 봉축행사도 여법하게 치러질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투박한 손길과 달리 연등빛깔은 곱디곱다. 춥고 외로운 교도소 안을 환하게 밝혀줄 연등들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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