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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2-19 00:00
[불자소식] 조계종 전 포교원장 정락스님 원적
 글쓴이 : 유영준 기…
 

일생을 대중교화에 헌신한 화성 만의사 회주 정락스님이 법랍 53세, 세수 75세를 일기로 지난 17일 만의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한 정락스님은 불교계 안팎에서 마련된 다양한 법석에서 설법을 통해 누구보다 포교에 앞장섰다. 특히 현대인들이 실생활에서 고민하고 있는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한 ‘명쾌한 법문’은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스님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10시 제2교구본사 용주사에서 교구장으로 봉행된다. 스님의 생전 설법을 정리했다. 정락스님은 포교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전국을 누비며 설법을 통해 대중교화에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했고,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수많은 ‘도량’에서 불자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정진을 거듭했다. 만의사 주지 소임 당시에는 문맹(文盲)인 할머니들을 위해 한글교실를 열었고, 제2교구본사 화성 용주사 주지 소임을 맡은 뒤에는 효행교육원을 설립하는 등 청소년 포교에도 열정을 쏟았다. 때문에 스님은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법문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특히 어린 불자들에게 세 가지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이 바로 그것이다. “육체적 건강은 몸에 해로운 것만 피하면 됩니다. 정신적 건강은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지닐 때 좋아집니다. 사회적 건강은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정락스님은 불자들의 신행생활에 대한 조언과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9년 2월25일 만의사에서 ‘원(願)하는 바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를 주제로 설한 초하루 법문에 평소 스님의 신행관이 잘 나타나 있다. 이날 법문을 제대로 들은 불자라면 “소원을 어떻게 발원해서 어떻게 해야 성취할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했을 것이다. “마른 나무와 젖은 나무에 불을 붙을 때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업장이 두터운 사람, 인연이 없는 사람, 절에 안다니고 부처님과 인연이 없는 사람은 외연(바깥인연)을 못 만나기 때문에 성불할 수 있는 내연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성불을 하지 못합니다. 즉 외연이 있는 사람, 업장이 두텁지 않은 사람은 전생(前生)에 공부를 많이 해서 현생에 공부를 조금만 해도 바로 발심해서 성불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님은 “아무리 영리한 아이들도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그 다음은 학교 간다고 해서 다 공부를 잘 할 수 없듯이 얼마나 정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용주사 주지를 맡고 있던 2003년 정락스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불자들에게 ‘판단의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는 생활을 하면서 순간 순간 많은 일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곧 그것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데, 잘 판단하여 올바르게 갈 수 있는지 여부는 평소 불법(佛法)을 얼마나 잘 닦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하면 된다”고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지키라고 하셨는데, 그것을 어렵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쉬운 일입니다.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입니까. 예를 들어 부처님은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만약 도둑질을 하라고 했으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세상의 수많은 물건을 훔쳐야 하니 말입니다. 또 ‘남을 흉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반대로 ‘남을 흉보라’고 했으면, 남을 헐뜯기 위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야 되고, 또 그 사람이 모르게 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 전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등 할일이 많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락스님은 선친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대왕의 애틋한 효심(孝心)이 배어있는 용주사를 효행근본도량으로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님은 1996년 용주사 주지 소임을 맡은 후 효행교육원을 설립하는 등 효행교육을 통한 청소년 포교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2006년 8월27일 경기지역 초등학교 1급 정교사 과정을 마친 신임 교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법에 효행교육에 대한 스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여러분, 생일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흔히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하실 겁니다. 그러나 생일은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낳아주신 날입니다. 내가 축하받기 보다는 부모님에게 효도를 해야 하는 날이지요.” 또한 스님은 이 자리에서 “생일이 바로 ‘은혜 갚는 날’이고, 효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자, 평상시에 늘 해야 하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효도를 실천하는 일에도 실천력, 지속력,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며, 가장 큰 효도는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앞서 2004년 7월26일 인천불교회관에서 열린 백중기도 법문에서는 효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당부가 담겨있다. “부모님이 날 낳아준 날이 생일입니다.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생각하니 생일선물도 내가 받고, 학비 대달라, 재산 달라 안달을 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날 낳은 날이니, 내가 부모님께 정성껏 미역국 끓여 대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돌아가시면 천도재를 지내며 부모님이 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또 내 부모님을 위해 부모님 주변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내야합니다. 이것이 바로 백중의 의미고, 복을 짓는 일입니다.” 이와 함께 2009년 5월 정락스님의 깊은 통찰과 수행체험을 모아 엮은 법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다>(불광출판사)에는 현대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감동의 메시지가 가득 담겼다. 자녀와 눈이 마주칠 때 마다 “공부하라”고 종용하는 부모에게 전하는 법문은 종교를 떠나 모든 학부모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안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지요. 노는 것도 역시 꼭 놀아야 하기 때문에 놀기보다는 놀고 싶어서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고 싶어서 노는 것처럼 아이의 마음을 잘 다스려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을 고를 때 삼아야 할 다섯 가지 조건도 눈여겨 볼만하다. “첫째 자비로워야 합니다. 독하면 큰일 납니다. 둘째 아무리 자비롭다고 해도 처자식을 굶기면 안되므로 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복이 있어도 바람을 피우면 못 견딜 일이니 청정해야 합니다. 넷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며 마지막 조건은 어리석지 않고 지혜로워야합니다.” 또한 ‘마음의 힘’으로 ‘행복의 열쇠’를 쥐고 “우리의 본마음인 불성(佛性)을 확실히 보라”는 스님의 법문도 대중들이 깊게 새겨야 할 가르침 가운데 하나다. “절에 오시는 분들은 다른 거창한 목표는 그만두고 일단 살 빼려고 헬스장, 수영장에 가시듯이 번뇌를 빼려고 절에 오시는 것으로 생각하십시오. 절에 와서 참선을 하든지 염불을 하든지 절을 많이 하든지 해서 번뇌를 없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웬만한 일에는 성내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 튼튼한 마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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