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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1-26 00:00
[불자소식] 스님의 붓끝서 말씀을 얻다- '고승 유묵전'
 글쓴이 : 편집국
 
김생서 중광까지 … 박물관서 '3일간의 동안거'

▶ 파격적인 기행으로 이름났던 중광(1935~2002)의 '달마도'(上). 구레나룻이 온 얼굴을 휘감은 채 어깨 위에 참새가 집을 짓는 줄도 모르고 9년 동안 면벽수도했다는 달마의 현대판 초상화다.환경(幻鏡) 우인(雨仁.1887~1983)이 89세에 쓴 '용(龍).호(虎)'(左)에서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붓을 휘두른 일필휘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3일간의 동안거 일정

▶25일=선의 본질.역사.성격(성본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우리나라 선필의 역사(최완수 간송미술관학예연구실장)

▶26일=추사, 초의와 백파의 선논쟁(정병삼 숙명여대 사학과교수) 선과 차(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27일=선과 춤(이선옥 무용가) 선과 시(법산 원효정사 회주)


템플 스테이(산사 체험)를 깊은 산속 절집이 아니라 저잣거리 박물관에서 할 수 있다면? 스님이 긴긴 겨울 '이 뭐꼬'를 붙들고 수행하는 동안거(冬安居)의 마음을 선방에 흘러내린 글씨에서 느낄 수 있다면? 2월 2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승 유묵(高僧遺墨)-경계를 넘는 바람'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 풀려나온 스님의 서예로 그 정신과 자유를 즐기는 자리다. 통일신라부터 고려와 조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학덕이 높았던 선승 120여 명의 글씨와 그림 150여 점이 산사의 맑은 바람결을 탁한 도시 한복판에 풀어놓는다.

통일신라 시대의 김생(711~?)부터 현대의 중광(1935~2002)까지 선사가 먹물 삼매경에 빠져 남긴 글씨는 부처의 해탈을 좇던 이들이 전하는 마음의 고갱이다. '경계를 넘는 바람'이란 전시 제목은 그 경지를 넌지시 일러준다. 명필이나 득의의 잣대를 훌쩍 뛰어넘은 글씨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건너가는 깨달음이다. 뜻을 모르면 어떤가. '글씨는 그 사람'이란 말처럼 수행으로 말개진 만큼 먹을 빌려 나타나는 선필은 상(相)조차 초월한다. 그저 보고 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한국 서예의 역사를 선필로 더듬는 이번 전시가 더욱 귀한 것은 전시 작품을 뜯어보며 화두를 풀어가는 '3일간의 동안거' 일정(오후 1시~4시30분 서예박물관 4층 문화사랑방)을 곁들인 기획 덕이다. 절집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곁에 온 스님의 글씨를 붙들고 선과 예술, 선과 인생을 논한다. 선방에 들어앉아 도 닦는 일만이 동안거는 아니라는 역설이 깔려 있다. 선이 절집의 담을 넘지 못하고 스님의 가부좌에만 깃든다면 그 또한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서울서예박물관 큐레이터는 "예술에 있어 선이 과연 무엇인지를 선.서화.시(詩).다(茶).춤 등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참가자 스스로 깨닫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해 체험교실 '달마야 놀자'도 마련했다. 매주 목.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전시를 본 6~10세 어린이를 모아 선필의 마음을 따라가는 다양한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지도한다. 02-580-16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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