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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04 00:00
[불자소식] "스님은 제자를 진정으로 키워주신 분"
 글쓴이 : 편집국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보통 자신을 따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숭산 스님은 제자들이 진정한 수행자가 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지난달 30일 입적한 불교조계종 원로의원 숭산 스님의 영결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3일 스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고인의 미국인  제자  현각 스님(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만났다.

하버드대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 서양철학을 공부하던 현각 스님은 1990년 5월 하버드대학원 대강의실에서 열린 숭산 스님의 특별강연에 매료돼 한국 선불교에  입문했다.

"처음 만났을 때 스님은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물으셨습니다. `제 이름은 폴'이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그건 당신 몸의 이름입니다. 당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땐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죠. 스님이 주셨던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이라는 가르침은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현각 스님은 서툰 영어였지만 숭산 스님의 인격과 법문에 점점 더  빨려들어갔다. 숭산 스님은 워낙 법력이 대단하신 분이었기에 제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베풀어주었다 것이 스님 제자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스님은 다른 종교 지도자들처럼 `나를 따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를 통해 너희들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라'로 말씀하셨죠. 곧 스님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진정으로 제자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원하셨던 겁니다."
이는 숭산 스님이 25년 전부터 자신이 세운 세계 각지의 선원을 이끌어갈 지도자 양성에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숭산 스님의 빈 자리가 너무 커 일부에서 세계 120여 개 선원이 제대로 운영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워낙 일찍부터 스님이 후계자 양성에 주력했기 때문에 흔들림은 없을 거라고 현각 스님은 말한다.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직전 '걱정하지 마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떠나도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말씀하신겁니다."
현각 스님은 1999년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열림원 펴냄)라는 책을  냈는데, 이는 숭산 스님을 세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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