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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1-25 00:00
[불자소식] 아내의 불심 머리에 담아
 글쓴이 : 스포츠 신…
 
“아내의 불심을 머리에 담았어요.”
 
LG 최만호(28)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머리를 삭발한 채 주전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최만호를 만난 동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1㎜도 남지 않은 짧은 머리 때문만은 아니었다.룸메이트인  전승남이 그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하얗게 새긴 숫자 ‘28’이  나타났고,왼쪽으로  돌리자 절을 상징하는 ‘만(卍)’자가 선명히 보였다.프로 입단  후감행한 첫 삭발이었다.동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이 두개의 문자는 최만호만이 아는 희망의 암호다.
 
올해 그는 배번 28번을 달고 뛴다.이 번호를 되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년.97년 파릇파릇한 새내기로 현대에 입단할 당시 그는 야구를 시작한 뒤 학교 시절 내내 달았던 28번을 고집했다.꿈이 담긴 번호였다.그러나 28번은 선배 정명원의 차지였고 그가 은퇴한 뒤에는 영구결번이 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지난해 7월 LG로 트레이드된 뒤 그가 단 번호도 8번이었다.그러던 11월 말 28번의 주인인 김경태가 방출됨에 따라 그 번호가 그의 품에 안겼다.마치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는 “4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배번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며 미용사에게 28번의 모양을 내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오른쪽에 새긴 절 마크는 부인의 정성에 대한 그의 묵묵한  응답이다.2000년12월 최만호는 팀 동료였던 최영필(현 한화)의 주선으로 고운정씨(27)와  보금자리를 꾸몄다.LG로 트레이드된 이후 불교 신자인 부인은 절을 자주  찾았다.남편이 이제는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추운 겨울에도 산을 오르며 백일불공을 들였다.꽁꽁 언 부인의 손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그는 부인의 불심을 머리에  꼭꼭 새겨 담았다.출국하기 하루 전 삭발한 남편은 부인의 손을  잡고쇼핑을 갔다.부인은 남편이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될까봐 “모자를 쓰는 게어떠냐”고 권유했다.그러나 남편은 “창피하지 않다”며 당당하게  거리를활보했다.
 
백일불공을 드리는 부인과 그 정성을 머리에 새긴 남편의 얘기가 오키나와의밤 하늘을 훈훈하게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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