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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1-11-21 00:00
[불자소식]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정토회 이영주씨의 하루
 글쓴이 : 정선영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연다. 뽀얗게 밝아오는 하루를 시작하는 이영주씨는 바쁘다.

 모아둔 빨래를 해야 하기 때문! 빨래가 나오는 대로 세탁기를 돌리면 물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모든 빨래는 모아서 하는 게 원칙이다. 흰옷과 색깔 있는 옷을 나눈 뒤 흰옷을 먼저 세탁기에 넣는다.

 흰옷이 한번 돌아가고 나면 흰옷을 빼내고 색깔있는 옷을 돌린다. 흰옷과 색깔옷을 다 빨아 잘 풀어진 비눗물로 화장실 바닥과 변기를 닦는다. 그리곤 다시 물을 받아 흰옷을 한번 헹구고 그 물에 색깔옷을 헹군다. 헹군물을 받아 다시 한번 구석구석 닦는다. 빨래가 끝날 때가지 흰옷과 색깔옷을 번갈아 가며 헹구고 남은 물로 대청소를 한다.

 남들은 세탁기를 돌리면 그뿐인데, 이씨는 세탁기 옆에 붙어 반나절을 쓸고 닦고 한다.

 빨래를 돌리고 나니, 이번엔 김치가 기다리고 있다. 김치 담는 날은 된장찌개 먹는 날! 이것이 두 번째 원칙이다. 이씨의 손길을 기다리며 예쁘게 누워있는 배추에 고춧가루며, 쑥갓, 파, 마늘..... 갖은 양념을 한다. 먹음직스러워보이는 김치를 통에 담고 나면 고무장갑이며 그릇에 묻은 양념은 그대로 남아있다. 더럽다 생각하고 물로 헹구면 구정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하나하나 깨끗이 닦아서 뚝배기에 담는다.

 뚝배기 가득 진한 양념국물이 담기고 보살님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된장을 푼다. 거기에 감자, 호박과 같이 몇 가지만 넣으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얼큰한 된장찌개가 된다. 김치를 담지 않는 날의 된장찌개는 냉동실을 살펴본 뒤에 한다. 먹다 남은 떡이나 식빵, 부침개 같은 것을 꺼내서 된장국에 넣으면 쌀뜬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일저일 하다보니 4시가 다 되어 간다. 자동이체를 해두면 번거롭진 않지만 세금액수에 둔감해진다. 세금 영수증을 손에 들고 오가면서 지난 달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를 머리에 새겨둔다. 그리곤 혹시나 세금이 더 나오면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은행에서 세금을 낸 후, 돌아와 집안을 둘러본다. 그리곤 비질도 하고 걸레질도 한다. 그런데 걸레는 대다수, 오래도록 입고 또 입은 속옷, 그것도 목둘레와 팔둘레의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속옷 하나를 걸레로 다 쓰다보면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때를 잘 탄다. 그래서 속옷의 윗부분은 가스렌지를 닦는 걸레로, 아랫부분은 방 걸레로 나눈다.

 영주씨의 손을 거치면 낡은 속옷만 살아나는게 아니다. 헤지면 깁기를 십 여차례 더 이상 깁을 데가 없는 양말도 멋지게 살아난다. 양말 목은 시린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고, 발바닥 부분은 파리채에 씌워 장롱 밑과 같이 구석진 곳을 닦아낸다.

 물 한 방울, 양말 한 컬레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이영주씨! 쓰레기 제로의 삶이 습관이 된 그. 그러나 그에게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목욕하면서 어떻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지? 어쩔 수 없이 받아들게 되는 비닐! 가족들이 먹다 남긴 고기를 버리지 않기 위해 먹다보니 육식도 만만치 않게 되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이영주씨의 알뜰살뜰 제로 실천을 배우고, 나아가 그가 풀지 못한 문제를 같이 고민해 나가는 일.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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