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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1-18 00:00
[교양/문화] 오른손이 하는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
 글쓴이 : 이성경기자
 
달라이라마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도솔 옮김)'가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윤리 문제를 비롯해 매스미디어와 교육, 환경, 군축 등 제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본질적 해결방안은 '자비심'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4 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는 1935년 암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티베트 정부로부터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다섯 살의 나이에 14대 달라이 라마로 등극한다. 그는 20여 년 동안 철저한 종교적 교육을 받은 뒤 게셰 학위(불교 철학의 박사 학위에 해당)를 받는다. 하지만 '고통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고난의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게셰 학위를 받은 1959년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신변의 위협이 느껴지는 가운데 목숨을 걸고 인도로 탈출했다. 인도에 망명 정부를 세운 그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쳐 활동하고 있다.

중국의 침략 이후 수십만 명의 티베트인들이 죽거나 고문당했다. 그의 어머니와 형제도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얼굴에서는 어떤 긴장이나 분노, 저항의 느낌을 읽을 수 없었다. 스스로 말하듯이 '마음의 평화'와 '자비심'을 통해 모든 분노를 물리쳤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성인으로 추앙하는 것이리라.

그가 외치는 티베트의 독립은 비폭력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에 폭탄과 총으로 무장하며 독립을 추구하는 어떤 민족보다 더 많은 나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1989년 그에게 주어진 노벨 평화상은 달라이 라마가 전인류에게 보여준 이러한 '평화'와 '자비'의 정신에 대한 화답의 의미를 지닌다.

달라이 라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노인이 자신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노인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는 그런 사람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이지만 그에게서는 어떤 권위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개방적인 자세는 다른 종교까지도 포용한다. 그는 종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지를 순례하고, 심지어 기독교인들 앞에서 성경을 강의하기도 한다.

달라이 라마의 인간적이고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는 그의 특별한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을 민족과 종교를 초월한 평등한 존재로 파악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런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바로 여기에서 윤리가 생겨난다.

그들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며 자비심과 책임감을 가져라.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한, 우리가 배운 사람이든 아니든, 부처님을 믿든 하나님을 믿든, 종교를 갖고 있든 없든 분명히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는 종교, 이데올로기, 모든 지혜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사랑과 자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진정한 종교이고, 나의 단순한 믿음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절이나 교회, 회교 사원도 필요 없다. 복잡한 철학과 교리, 사상도 필요 없다. 바로 우리의 마음이 절이며, 자비로운 마음이 교리다.

달라이 라마는 전세계 50개국 이상을 방문하며 '평화'와 '자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국 티베트의 독립과 자치를 위해 끊임없이 각국 정상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면서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띄운다. 한국 내에서도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결성되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포르토의 루시아데스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을 예정이다.

모든 사람을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고 정직하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달라이 라마. 고통을 이겨내는 건강한 마음과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익살스러운 웃음과 더불어 그의 메시지는 2002년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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