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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27 18:15
[교양/문화] 조계종 “부석사 금동관음상 판결, 반역사적 최악의 판례”
 글쓴이 : 전수진기자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 문화재청.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불상) 인도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 대전지방법원은 부석사 손을 들어줬다.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서산지역에 왜국들이 5차례 침입했다는 기록과 불상에 화상 흔적이 있는 점 등이 판결 이유였다.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검찰은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항소했고, 2심인 대전고법은 1심 판결을 뒤집어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본에서 서산 부석사 불상을 보관하던) 간논지가 불상이 도난당한 2012년 이전인 1953년부터 60여 년 동안 평온하게 점유한 사실이 인정된다. 불상이 불법반출됐다고 해도 이미 취득시효(20년)가 완성돼 日 간논지의 소유권이 인정된다. 서주 부석사가 현재 서산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입증도 안됐다"는 이유에서다.

조계종 측은 상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다르게 서주 부석사가 서산 부석사와 같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물건이더라도 일정 기간 문제 없이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 시효' 법리를 인용해, 부석사 불상 소유권이 정상적으로 日 간논지에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보조참가인(간논지)이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2012년 10월 6일경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 불상을 절취당하기 전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불상을 점유했다"며 "간논지는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 1월 26일 당시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불상이 왜구에 약탈돼 불법 반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거나 우리나라 문화재라는 사정만으로 취득시효 법리를 깰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당일, 대한불교조계종은 "강한 유감"이라는 대변인 명의 입장을 냈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 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약탈해 강제로 국외 반출된 도난문화재에 대하여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어불성설일 뿐 아니라,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가장 비상식적인 선례가 됐다는 점을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다시금 명확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조계종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대법원 선고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입장'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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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대법원 선고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입장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서산 부석사 소유의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과 관련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의 판결 결과에 대하여 종단은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1330년 조성되어 서산 부석사에 봉안되었으며, 조선 초기 왜구의 약탈로 인해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은 기존의 판결에 의해 충분히 검증되고 인정되었습니다. 이렇듯 약탈문화재임이 명명백백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부석사의 정당한 항고에 대하여 항소심 판결과 다르게 서산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하면서도 약탈문화재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단순한 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약탈하여 강제로 국외 반출된 도난문화재에 대하여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일 뿐 아니라,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강제로 빼앗긴 약탈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은 반역사적 판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탈문화재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최악의 판례가 될 것입니다. 만약 대법원의 판단대로 약탈문화재의 취득시효를 인정할 경우, 향후 모든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약탈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것임은 명약관화합니다.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DROIT)협약’ 5조에는 협약 국가 간에 취득시효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반출 문화재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도 가입한 유네스코에서 1970년에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7조 등에는 불법반출입 문화재의 회수 및 적절한 반환 조치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도난, 약탈문화재에 관한 여러 국제 규약에서는 반환의 당위성과 소유자가 가진 당연한 권리를 명시합니다.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국제법적 이념과 국제 규약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불자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며,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민족의 문화유산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원래의 자리를 떠나 약탈국으로 다시 유출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주는 일임을 인지하여야 합니다. 이번 판결이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가장 비상식적인 선례가 되었다는 점을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다시금 명확하게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종단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환지본처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아직도 되찾지 못한 문화유산의 환지본처를 위하여 전국민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불기2567(2023)년 10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 기획실장 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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