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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6-20 22:59
[출판/공연] <놓아 버려라>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설봉 의존에게 신초 학인이 물었다.
“죽은 스님은 어디로 갑니까?”
이에 선사는 대답했다.
“얼음이 녹아서 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자 곁에 있던 현사 사비가 한마디 더 보탰다.
“물이 물로 돌아간 것과 같다.”



연관 스님, 그 여름의 시멸에 대하여
지난 2022년 6월 15일, 전북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냈으며 ‘지리산생명살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던 연관然觀 스님이 송광사 부산분원인 관음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74세, 법랍 53세.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스님의 ‘빈자리가 오래 아팠던’ 박남준 시인이 ‘떠오르는 이들에게 연락하고 함께 뜻’을 모으기로 했다. 『놓아 버려라』는 스님에 대한 기억을 한데 불러 모아 놓은 추모 헌정 문집이다. 생전에 연관 스님과 인연 지었던 이들(그 사람들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중 17인의 글 19편을 글쓴이의 이름순으로 묶었다. 이 책을 엮은 박남준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없이 부족하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이었으며 도반이었고 큰형님이었으며 기꺼이 친구가 되어 그 자리마다 맞는 모습으로 다가와 주셨던 참 품이 너른 스님을 위해 남기고 싶었다.”

『놓아 버려라』의 글쓴이들은 시인, 작가, 스님, 목사님, 신부님, 귀촌인, 산악인들로, 살아온 내력과 살아가는 방식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거기에 각자 다른 배경과 다른 시기에 스님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니, 연관 스님에 대한 기억과 그리는 마음의 장면 역시 같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떠올리는 연관 스님은 같은 듯 다르면서도 다른 듯 같은 모습이다.

- 젊은 시절 힘깨나 썼을 법한 풍모에 저마다 살아온 연륜의 높낮이마저 무장해제 시키는 정감 어린 목소리,
- 함께 산길을 걷는 이에게 온갖 나무와 꽃의 이름, 숨겨진 사연까지 줄줄이 설명하며 웃는 천진한 얼굴에,
- 귀찮다며 공양주나 상좌도 없이, 신도들 또한 일절 두지 않았던 ‘독거 수행승’으로,
- 화두를 들고, 선정에 들고, 경전을 탐구·번역하는 세 가지 일에 성실한 삶을 살면서,
- 수행에 정진하면서도 지리산 자락에 등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 이틀에 한 번, 쌀 익혀 놓았다가 출출하면 끼니를 때우면서 역경譯經에 몰두했으며,
- 승속을 막론하는 벗들과 불법이니 문학이니 인문학 따위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이끌기도 했으며,
- 노사연의 「님 그림자」, 산울림의 「독백」 등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것을 좋아했으며,
-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의 일원으로 백두대간 1,500리를 70일 동안 종주했던….

이 책에는 글쓴이들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아주 짧은 글과 긴 글, 촘촘한 글과 성긴 글, 거기에 노래 같은 글, 시 같은 글, 편지 같은 글, 우화 같은 글들이 마음대로 섞여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다채로운 글들이 연관 스님에 대한 그리움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들은 스님을 닮아 한결같이 담담하다.
‘염불念佛’은 글자 그대로 ‘부처의 모습을 떠올려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놓아 버려라』는 ‘평생 수행자’였던 연관 스님을 서로 다르게, 서로 다른 글쓰기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염연관念然觀’을 하고 있다.

연관 스님
1949년 8월 4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서 태어났다. 1969년 금강사에서 우봉 스님을 은사로, 병채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같은 해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1년에서 1984년에 걸쳐 직지사 황악학림에서 관응 대강백을 강사로 경율론 삼장을 연찬한 후 경학에 매진하며 수행에 정진했다. 이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직지사, 김용사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최초 승가 전문 교육 기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내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1991년 운서 주굉 스님의 『죽창수필』 번역 출간을 시작으로 『금강경간정기』, 『선관책진』, 『선문단련설』, 『왕생집』, 『불설아미타경소초』 등을 이어 펴냈으며 근현대 선지식 용악 스님, 학명 스님의 일대기와 글 등을 정리한 『용악집』과 『학명집』을 펴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조계종 표준 금강경』 편찬에도 참여했다. 2022년 6월 15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수 74세, 법랍 53세.


저자 : 강제윤
나그네.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섬을 걷다』 등의 책을 펴냈으며 ‘섬나라 한국전’ 등 섬 사진전을 가진 바 있다.

저자 : 법인
실상사 한주로 있다. 1995년 실상사 화엄학림 1기 학인으로 초대학장인 연관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법인.오성.오경.고경 스님과 함께 <화엄현담>을 번역 주해하였다.

놓아버려라|저자 강제윤 .법인|삼인|값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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