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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26 09:55
[출판/공연] <노루귀>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나석중 시인의 시선집 〈노루귀〉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그동안 모두 8권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는데 이들 시집에서 시인의 마음 속 깊이 공명하는 시를 가려 이번 시선집에 묶었다. 시집에는 88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시집의 권말에 장인수 시인의 해설을 곁들였다.

나석중 시인의 시는 초기부터 꽃과 물, 돌에 심취한 시 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무작정 걸망을 메고, 괭이를 들고 불원천리 물가를 찾아 전국 팔도를 돌며 꽃을 만나고 물을 만나고 돌을 만난다. 발길마다 꽃의 이야기를 듣고, 물의 노래를 듣고, 돌의 침묵을 들었다. 하여 나석중 시인은 스스로 “나의 시는 태반이 작자 미상의 자연을 베”낀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작은 한 송이 꽃에서 “너무 아득한 산속은 말고 / 너무 비탈진 장소도 말고 // 실낱같이라도 물소리 넘어오는 곳 / 간간이 인기척도 들려오는 곳 / 메마른 설움도 푹 적시기 좋은 곳 // 귀 하나는 저승에다 대고 / 귀 하나는 이승에다 대고”(「노루귀」 전문)라며 삶과 죽음의 교감을 동시화하는가 하면, 수석을 일컬어 “돌 한 점 만남은 필연이다 / 여기까지 이끼 낄 새 없이 굴러온 돌이 빛난다 / 이 돌 한 점이 가슴 속에 깊이 박힌 돌 하나 파낸다 / 수석은 하나님이 퇴고를 마친 시(詩)다”(「수석론」 부분)라고 찬미를 하기도 한다. 또 꽃을 피워올리고 돌을 탁마하는 부드러운 힘을 갖은 물을 보며 “돌끼리 부딪쳐 깨지고 / 솟아난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 통증조차 느낄 수 없도록 / 가만가만 핥아 주었을 것이다 / 오히려 돌의 상처를 씻어내던 혀가 / 갈기갈기 해지고 / 닳고 닳았을 것이다, 아팠을 것이다”(「물의 혀」, 부분)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들을 읽다 보면 시인은 마치 시적 대상 속에서 구도자적 수행을 읽어내고 어떤 깨달음을 향해 육도만행을 하는 수도자를 닮아 있다.

권말의 해설에서 장인수 시인은 나석중 시인을 일컬어 “들풀, 들꽃, 물, 돌에 대한 사랑과 경건함과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사랑이 남녀 관계의 인간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뜨겁다. 그래서 나석중 시인은 영원한 야생 시인이다. 생태주의적 시인이며, 자연 시인이며, 인본주의적인 시인이며, 구도 시인이며, 로맨티스트 시인”이라고 말한다.

저자 : 나석중
193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저녁이 슬그머니〉, 〈목마른 돌〉,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풀꽃독경〉, 〈물의 혀〉, 〈촉감〉, 〈나는 그대를 쓰네〉, 〈숨소리〉 등과 미니시집(전자) 〈추자도 연가〉, 〈모자는 죄가 없다〉, 디카시집(전자) 〈라떼〉, 〈그리움의 거리〉 등이 있다.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가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바가 있다

노루귀|저자 나석중|도서출판b|값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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