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kyonews_header.jpg

 
작성일 : 22-12-14 12:49
[출판/공연] <푸른 독을 품는 시간>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끊임없는 자신의 삶과 시대의 문제들에 대한 질문”
유종 시인의 첫 시집 〈푸른 독을 품는 시간〉이 출간되었다.
유종 시인은 2005년에 등단 절차를 마쳤는데 철도원으로 평생을 일하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은퇴를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에 몰두하며 첫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57편을 담았다. 제1부에서는 시인의 생활 속에서의 정서가 담긴 시들을, 제2부에서는 오랫동안 철도노동자로 살아오는 과정의 체험들이, 제3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시적 사유들을 담고, 제4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삶으로서의 응전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자신의 내면과의 근원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시편들로 채웠다.
그 가운데 특히 시인 자신의 노동 체험 속에서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가령, “안개 자욱한 철길 / 철야 작업 끝 쓴 입맛 다시던 / 무개차 위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 두꺼운 밤의 겉옷 한 꺼풀씩 벗겨내면 / 새벽이 오고, 또 새벽이 오고 / 그리고 또 허기진 새벽 / 아내와 어린아이들 뒤로하고 / 안개에 묻혀버린 젊은 철도원 눈동자 / 밤은 고요하고 거룩”(「고요한 밤 거룩한 밤」, 부분)한데 죽음을 향해 이루어지는 노동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시인/철도노동자에게, 혹은 돌아오지 않는 남편/아버지를 둔 유가족에게 어떤 삶의 위로를 전해야만 할까.

혹은, “불심검문당하는 것보다 퇴근하면서 사물함에 처박혀 있던 기름때 묻은 작업복이며 고린내 나는 양말 따위 욱여넣은 가방을 용케 잊어버리지 않고 하루 종일 메고 있었는데, 자꾸 속을 열어보려 하는 차석이 괘씸하여 기 쓰고 가방 붙잡고 있었는데, 방위놈 둘이 합세하는 바람에 기어코 속이 뒤집혀버렸네 절어 있는 며칠 치 땀내가 쏟아져버렸네”(「왜 그랬는지」, 부분)라며 철야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 길에 파출소 앞에서 불심검문을 당하며 기름때와 땀내에 전 작업복 가방을 강제로 열어 보이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수치심과 그로 인한 서러운 회억을 토로한다.

그런데 삶에서의 이러한 슬픔이나 고통, 수치심 등을 드러내면서도 시인은 감정이 고조되거나 불필요한 목청을 돋우지 않고 차분한 애도와 성찰을 통해서 시를 단단히 영글게 만든다. “젊은 여자가 기관차에 부닥쳐 죽”은 사태에 즈음하여 크나큰 정신적 충격 속에서도 “기관사”나 “동료”들의 반응을 철도노동자의 즉자적 반응이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시집의 뒤에 발문을 붙인 시인 임동확은 “어떤 집단의식과 같은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자립적 개인성의 “촉수”에 따라 한 “여자의 비극적 종말”과 그와 관련된 “기관사의 실종”(「죽음에 관한 보고」) 사태를 다루고 있“다면서, 유종 시인은 ”한 인간이나 사태를 대하는 데 있어 어떤 편견이나 왜곡에 기초한 신념이나 이념, 상투적인 인식이나 상상에 의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인간 삶의 심오함과 세계의 심원함 그 자체로 인식하려는 내재성의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저자 : 유종
1963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2005년 광주전남 「작가」 신인 추천 및 「시평」 여름호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했다
푸른 독을 품는 시간|저자 유종|도서출판 b|값12,000원

 
   
 



불교일보 동영상 전문채널
서울 불교방송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