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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2-08 18:33
[출판/공연] <이상한 나라의 과학>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기술(奇術)과 기술(技術) 사이에서,
과학으로 성장하는 어린이 문화 탐구”
조선에 근대 과학이 이입된 이후, 그리고 과학주의가 국가 이데올로기로 표명되던 1960~70년대에도 “우리들 주위에서는 아직도 현대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미디어의 선전포고가 계속 이어졌다. 우주 시대를 선언하며 급진적인 과학의 발전을 목격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미디어는 유령과 UFO, 대괴수와 괴사건을 다룬 미스터리물들의 끊임없는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문학평론가 한민주의 〈이상한 나라의 과학〉은 근현대 과학 담론이 초자연적이고 기괴한 것들을 다루는 미스터리 담론이나 요술, 마술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길항하는 가운데 형성되었으며, 이것이 당대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 문학, 각 장에서 합리성이라는 실천적 권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전근대적인 마술의 세계를 탈마법화하는 동시에 과학의 세계를 재마법화하는 문화적 현상이 자주 발견되는 아동문학과 과학문화에 주목한다. 그리고 아동문화의 세계에서 과학은 신화와 전설, 미신의 위대한 파괴자이지만 또 유령이나 마술을 위한 장치들을 고안해 내며 초현실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보여주려 한다. 따라서 이 저서는 신기하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대중과 어린이들의 열광,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한 호기심에 집중하여, 마술 및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아이들의 경이적 반응과 사고를 탐구하고 있다.

한국 근대 아동 과학문화는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디어는 민족과 계급 같은 특정 집단의 미래 담지자로 상정된 ‘아동’과 진보/발전을 상징했던 ‘과학’의 필연적인 연합관계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며 과학적 교양을 아동 주체 형성의 필수 덕목으로 만들었다. 지금껏 아동에게 실시된 과학 교육은 대상을 관찰 조사하며 경험을 쌓는 방식을 강조하였으며 학생들이 과학지식에 흥미를 갖게 하려고 여러 영역의 내용을 연결해 왔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과학 교육 및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문학을 이용해 온 것은 특별한 사실이 아니다. 이처럼 과학 교육에 통합된 아동문학은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과학 지식을 개발할 매개가 되어 온 셈이다. 그러므로 과학 교육과 아동문학의 이러한 상관관계를 토대로 삼아 근대 과학과 아동문학의 특수성을 해명하려는 시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아동 잡지나 문학 속에는 합리적인 설명을 선호하는 탐정소설에서부터 심령과학에 기반을 둔 유령 소설, 초자연 혹은 미스터리하고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에 관한 문화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1920년대 식민지 시기부터 해방 후 60·70년대 냉전체제기까지 아동 잡지와 신문의 어린이란, 문학, 문화에 나타나는 과학 서사와 유희, 지식을 조사 분석하는 이 저서는 합리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소설에서부터 아동 잡지에 실린 야담, 신화, 전래동화, 불용성의 초자연적인 공포 미스터리물, 공상과학을 다룬 SF에 이르기까지 연구 대상을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아동 문학 장르들은 당대 과학 담론과의 연관 속에 살펴지고 분석되면서, 전통 미스터리물과 과학 서사, 문화에 대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해석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 : 한민주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파시즘과 문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이후 근대문학과 문화, 과학기술의 상관성에 관한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현재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건양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낭만의 테러: 파시스트 문학과 유토피아적 충동〉, 〈명랑한 멜랑콜리〉, 〈권력의 도상학: 식민지 시기 파시즘과 시각문화〉, 〈불량소녀들─‘스펙터클 경성’에서 모던걸은 왜 못된걸이 되었나〉, 〈해부대 위의 여자들: 근대 여성과 과학 문화사〉가 있고, 공저로 〈문학과 과학〉 I·II·III 등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과학|저자 한민주|도서출판|값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