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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0-26 19:36
[출판/공연] <겨울이 복도처럼 길어서>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이기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겨울이 복도처럼 길어서〉가 출간되었다. 

4부로 나뉘어 55편의 시가 담겼다.

이기린의 첫 시집 〈,에게〉(포지션, 2017)에서 시인이 보여준 세계를 평론가 남승원은 “결손의 구조”로 분석했다. “의지는 사라지고 당위만 남아 하루하루 지속되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끝없는 질문들을 끌어들”이는 시라고 했다. 삶의 결핍을 발견하는 예민함이 전체를 상상하는 힘에서 나오고, 고정된 의미를 무너뜨리며 가능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집 〈겨울이 복도처럼 길어서〉의 해설에서 평론가 김지윤은 “아무것도 해명하지 않으면서 세계의 신비를 보여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의 기쁨’, 니체가 말한 ‘차이의 향유(la jouissance de la difference)’를 느끼는지를 탐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이 시집의 추천사에서 시인 문태준은 “‘나’라는 존재 너머를 예민하게 상상할 때 최고조에 이른다. …… 이질적인 것을 넘고, ‘나’가 너희와 같은 부류임을 끈질기게 사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기린의 시를 읽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결손’, ‘차이’, ‘이질적인 것’ 등의 시적 개념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상상하면서 이 시집을 읽어본다면 어떨까. 세계는 무수한 다름(결손, 차이, 이질적인 것)들의 집합체다. 주체의 고정된 인식에 기반해서 만나는 대상들과의 차이가 있으며 또 대상들이 주체의 인식을 흔들어 놓으면서 주체의 분열을 가져오고 주체에 대한 재인식이라는 변화가 뒤따르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기린의 시에서 빛나는 지점은 바로 차이에 대한 일방적 탐색이 아니라 상호주체성이라는 중층적 관계 속에서의 탐구로 보인다.

대상과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대개는 손쉽게 준거점을 세워놓고 마치 차이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일화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이기린의 차이는 검은 이미지라는 배경 속에 차이 그 자체로서 놓이도록 하고 있다. 세상은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고, 완전한 해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무수한 해석을 향해 열려 있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저자 : 이기린
1965년 광주(光州)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진희이다. 2011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에게」가 있다. 〈12+시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파견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겨울이 복도처럼 길어서|저자 이기린|도서출판b|값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