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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5-24 20:33
[출판/공연] <나이테의 무게>출간
 글쓴이 : 전영숙기자
 

김영언 시인의 신작 시집 〈나이테의 무게〉가 출간되었다.

 8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64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시집에 문학평론가 권순긍(세명대 명예교수)의 발문이 덧붙여졌고, 시인 배창환과 박형준(동국대 교수)의 추천사가 곁들여졌다.
이 시집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다음의 시는 독자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어느덧 세월은 노을을 심상치 않게 자주 바라보는 때가 되었는데 얼마나 더 안락한 주둔지를 찾아 방황해야 하는지 아직도 진행 중인 미완의 상륙 작전은 지금도 유효한지 이제 다시 감행하려는 후퇴 작전은 그 뒤늦은 반역의 음모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는지 오래된 유년이 서성거리고 있는 저물녘 섬 기슭에는 아직도 대답 없는 물음이 진한 코피처럼 아롱지는 노을빛에 젖으며 찰싹찰싹거리고 있을 터인데…….”(「나의 인천 상륙 작전」 부분)

“아직도 진행 중인 미완의 상륙 작전”이라는 시적 진술 속에 시인의 삶의 여정이 압축되어 있다. 시인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중학교가 없는 작은 섬에서 도회지로 나온다. 그리고 “노을을 심상치 않게 자주 바라보는” 연륜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현재, 시인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도회지와 태어난 섬의 중간쯤에 위치한, 내륙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섬이라고도 말하기도 어려운 강화도다. 이러한 삶의 좌표 안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편들이 시집의 한 축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삶이나 자연 사물들을 기념하는 노래들이 또 다른 한 축이다. 그리고 시인이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하여 성찰하는 시편들이 있다.

“수십 년 혹한을 인내한 / 둥글고 단단한 / 나이테의 무게를 어루만지”(「나이테의 무게」)고, 지극해지는 나이에 “이 세상 마지막 단풍처럼 물들겠다”(단풍 질 때」)고 말하고, “내 생이 왜 아직도 / 산산이 부서지듯 줄곧 아픈지 /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절벽의 사랑」)고 말하는 시편들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도시인들의 휴식을” 위해 “포클레인 한 대가 / 육중한 팔을 휘저으며 / 섬을 수술하고 있다”(「장화리를 위한 변명」)거나, “자식 자랑이 커질수록 / 나날이 허리 주저앉아 등 오그라들고”(「문산댁」) 있다거나, “논밭 팔아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오고도 겨우 쥐꼬리만 한 월급에 목매고 사는 우리 형이 한심하다”고 이죽이며 “이 땅 팔면 나도 부자여”(「땅」)라고 흰소리 치며 농사짓는 삶이 있다거나, 한국전쟁 중에 사라진 아들이 혹시나 돌아올까 하여 죽어서도 기다리겠다는 듯 마당에 무덤을 쓴 「마당 무덤의 전설」 등의 시편들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 평범한 인생들이 대부분”(「특기」)인데도 학생들을 향해 “특기를 살려”야 한다고 훈화하는 동료 교사를 바라보는 심사나, 수학여행을 가다 배가 침몰하여 죄없이 죽어간 세월호 사건 속의 학생들을 위해 진혼하는 「하늘우체통으로 부치는 편지」, 「함께 있지현」, 「세상을 빵처럼 굽고 싶어요」 등의 아픈 시들이 있다.

시인 배창환은 이 시집을 두고 “시대의 아픔과 상실을 노래한 시들이 모두 우리 가슴에 절절히 닿는 것은 시인의 따뜻한 심장에서 오래 익히고 벼리어낸 시(詩)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시인 박형준은 “이 시집은 우리 주변의 사물과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있을 때 어마어마한 송가(頌歌)의 힘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저자 :김영언
1962년 인천 자월(紫月)에서 출생하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기거하며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문학〉 동인지와 계간 〈황해문화〉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계간문예 〈다층〉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2002)과 〈집 없는 시대의 자화상〉(2014)을 출간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 인천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테의 무게|저자 김영언|도서출판b|정가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