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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2 14:38
[교양/문화] “증도가자는 가짜” 국과수, 5년 진위 논란에 종지부
 글쓴이 : 곽선영기자
 

△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증도가자로 분류한 ‘수(受)’ 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찍자 두 겹의 단면이 나타났다(가운데 사진). 반면 오른쪽 사진의 전통 금속활자 주조 방식으로 만든 ‘면’자는 이런 단면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사진의 ‘受’자 표면에서는 먹을 덧씌운 흔적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논란을 빚고 있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가짜로 밝혀졌다. 이로써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섰다는 주장과 함께 5년간 지속돼 온 증도가자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6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모두에서 인위적인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CT 및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 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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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의 금속 CT 결과 7개 활자의 가로와 세로 단면에서 외곽을 균일하게 둘러싼 또 하나의 단층이 추가로 포착됐다. 활자 안쪽과 밀도가 다른 물질이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금속활자를 주조할 때는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이라면 이처럼 균일한 이중 단면이 나올 수 없다”며 “금속활자가 수백 년에 걸쳐 부식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겉을 다른 물질로 감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 결과 활자 내부는 구리 20∼22%, 주석 55∼56%인 반면 바깥은 구리 30∼31%, 주석 47∼49%로 나타나 안팎이 다른 물질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受)와 반(般) 등 두 활자 뒷면에서는 땜질한 것 같은 흔적도 발견됐다.

이번 국과수의 검증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부실 검증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연구 보고서에서 “고인쇄박물관의 7개 활자 중 증도가자가 3개, 고려활자가 4개”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보고서에서 역시 증도가자로 분류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 소유의 59개 활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연구소는 김 대표가 보유한 101개 활자 중 59개를 증도가자로 분류한 바 있다. 이 활자들은 이번에 국과수에서 조사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활자들과 같은 자형으로 분류됐고, 출처도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과수는 증도가자 검증 결과를 논문(‘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으로 정리해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증도가자(證道歌字)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뜻한다. 이 서적은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으로 다시 만들어 후에 인쇄한 것(보물 758호)이 남아 있지만 당초 사용했던 금속활자와 그 활자로 인쇄한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증도가자 실물이 확인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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