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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4-16 00:00
[불자소식] 시인 고은씨 ‘한용운 평전’ 파문
 글쓴이 : 불교일보 …
 
제1회 만해시문학상을 받고 만해축전대회장을 맡아온 시인 고은씨가 최근 재출간한 ‘한용운 평전’(향연)에서 “님의 침묵은 요설”이며, 만해의 신체시 ‘심(心)’은 ‘비속한 해설’이나 ‘붓장난’, 혹은 ‘승려들이 걸핏하면 지껄이는 정도의 사어(死語)’라고 단정한 사실이 불교계에 전해지면서 파문이 커질 태세다.

계간 ‘불교평론’은 2004년 봄호에 게재한 ‘고은의 만해론을 비판한다’란 제목의 논단에서 고은이 평전이란 이름 아래 “만해는 열등감의 소유자이며 순수하지 못한 승려였다”며 만해를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은의 ‘한용운 평전’은 1975년 만해의 입적 60주기를 맞아 썼던 것을 2000년 고려원에서 재출간한 뒤, 향연에서 지난 2월 다시 펴낸 것.

출판사측은 책을 펴내면서 “‘한용운 평전’은 한국사의 가장 암울했던 한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나간 한용운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의 정신세계, 그리고 그의 진정한 의미를 꼼꼼히 되짚어보고 있다”며 “한용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실체에 가깝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고은의 눈에 비쳐지는 만해는 소영웅주의자로, 시종일관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이며 최남선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일 뿐이다. 만해가 불문(佛門)에 든 직후 시베리아와 만주를 주유한 것은 ‘허영’에 불과하며 만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조선불교유신론’도 현실 인식이 부족한 치기 어린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만해의) 이런 유학과 모험의 실패가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천재 최남선에 대한 원한이 엉겨진 것이다. 그래서 한용운은 독립선언서도 그 자신이 쓰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최린의 권유로 그 운동의 대표자들이 공인하고 있는 서울의 중인계층 최남선에게 돌아간 것이다. 한용운은 그 때문에 공약삼장이라도 추가해야 했던 것이다.… (만해의) 소설 ‘죽음’, 그리고 시집 ‘님의 침묵’은 (최남선이) 신문학의 원조라는 관념에 대한 한용운의 치열한 질투심 (소산)이었던 것이다.”(289~300쪽)

“한용운은 최남선의 (기미 독립)선언서 원안을 싫어했다. 그것은 명백한 시기심 때문이었다.”(249쪽)

이에 따라 ‘불교평론’의 논단을 집필한 이재형(법보신문 편집국 차장)씨는 책이 평전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기존의 연구 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인용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비범한 타심통’을 선보이며 만해에 대한 지독한 폄하를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이 평전에서 만해는 승려도 아닐 뿐 아니라, “사랑을 가진 일이 없”이, “대중을 이용했으며, 그런 대중을 극단적으로 모멸”하는 정치선동가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형씨는 “지난 2001년 미당 서정주가 타계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고은씨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미당의 친일문제를 끄집어내어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이는 “만해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로, 고은씨의 만해는 객관화된 만해가 아니라 만해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되고 있는 철저한 고은씨의 모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만해사상실천선양회측은 “고은 시인이 ‘한용운평전’에서 어떤 만해론을 펼치는지 신중하게 검토한뒤 차후조치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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