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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19 00:00
[불자소식] 연꽃절 가꾸는 혜민 스님
 글쓴이 : 편집국
 
충남 아산 순천향대 맞은편 야트막한 야산의 품에 안긴 인취사(仁翠寺·주지 혜민 스님)에는 연꽃향이 그윽하다. 자동차 한 대 통과할 만한 좁은 길을 오르다 문득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짙푸른 녹음 사이로 보이는 작은 연못에선 흰빛, 분홍빛 고운 연꽃이 막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것. 절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800여평의 큰 연못과 그 주변에 놓인 수백개 물통 속에서도 연꽃들이 앞다투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절이 ‘연꽃 절’로 유명해진 것은 주지 혜민 스님의 30여년에 걸친 친(親)환경불사의 결실이다. 지난 70년 진입로조차 풀로 덮였던 이 절에 주지로 온 스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꽃씨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30년을 지나며 절 입구의 목련은 꽤 굵은 가로수로 자랐고, 주변으론 옥잠화, 비비추, 물양귀비, 대나무가 빙 둘러 있다.

연꽃과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 스님의 자연사랑을 잘 아는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이 백련 한 뿌리를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성숙한 아름다움에 끌렸어요.”

진흙 속에서 고운 꽃을 피우는 연은 자식 뿌리를 낳고 그 자신은 썩어서 거름이 되면서 세대를 이어가고, 뿌리나 잎을 식용으로 할 경우엔 여러 독성(毒性)을 중화시켜 준다는 것. 스님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연꽃 뿌리가 뒤엉키지 않도록 밀도를 조절해 주는 것. “이 놈들도 생존경쟁을 하는데 그냥 놔두면 약한 놈이 죽을 뿐 아니라 다른 뿌리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며 “약한 연도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돌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 민주주의도 이런 배려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키운 연이 60여종 수천 뿌리에 이르고, 스님은 전남 함평 등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분양했다. 스님은 또 연잎으로 만든 백련차를 개발, 보급하고 있으며 연을 이용한 국수 등 다양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연꽃 피는 곳은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연꽃 주변에는 먹이사슬의 중간고리인 개구리가 많이 산다는 것.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맑게 해주는 연꽃을 키우면서, 자연과 인간이 다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부처님 마음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꽃 불사에 힘쓰느라 정작 절은 100여평 대지에 법당과 요사체 등 허름한 농가 같은 5개 건물뿐이다. 대신 연꽃 가득한 연못은 2곳에 1000평이 훌쩍 넘는다. 스님은 “탐욕스런 문명이 파괴한 자연을 회복한 길만이 인간도 살 길이며,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연꽃이 활짝 피는 8월 중순엔 올해로 11회째인 ‘백련시사(白蓮詩社)’를 열어 연꽃을 감상하며 글을 짓고, 그림 그리는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연꽃이 만개하는 7~8월 중에는 인천시 강화 선원사(24일~8월 1일·032-933-8234),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24~25일·031-527-5974), 전남 보성 대원사(8월 30일까지·061-852-1755), 전북 김제 청운사(8월 15일까지·063-543-1248) 등의 사찰에서도 다양한 문화행사를 곁들인 연꽃축제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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