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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7-15 00:00
[종단소식] 법응스님,수불스님에게 '대소사를 대중과 의논하라'
 글쓴이 : 곽선영 기…
 
성주사 주지를 둘러싼 범어사 갈등과 관련해 법응스님(전 범어사 운영위원)이 공개질의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당사자와 문중어른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수불스님에게는 대소사를 대중과 의논하겠다는 공약을 기억해 성주사 문제를 풀어나가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법응스님의 공개 질의 전문.

성주사 문제 해법, 수불 스님 공약에 있다
90년 대 범어사는 범어사 소유의 토지 매각을 둘러싸고 실세 문도 간 진정과 소송이 난무했다. 당시에 필자는 <소청심사위원회> 특별조사 간사로써 범어사의 토지처분 현황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한 마디로 땅 팔아먹기 경쟁에 휘둘리고 있는 사찰토지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사찰에서 책임의 위치에 있는 누군가는 이 기막힌 현상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문도로써 부끄럽기 그지없는 고백이지만, 범어사는 그렇게 끊임없이 그 덩치만큼이나 크고 작은 내분에 노출되어 시들어갔다.

총림으로 지정되고 정전협정 60주년 행사를 원만하게 봉행하면서 범어사는 종래와는 다른 자신감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하려는 몸짓을 보여주었었다. 종단과 범어사의 긍정적 성과인 동시에 현 주지 수불 스님의 업적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근자 성주사 주지 임명과 관련하여 종단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여 14교구 본사 범어사를 아끼는 문도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위해 그동안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각자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 우선 본사인 범어사 집행부와 신임주지 무관 스님 측의 주장은, 종무회의를 통한 정상적인 주지 품신이 있었고 종단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따라 임명하였으므로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성주사의 사중 살림에 윗분 스님들(흥교, 원정 스님)께서 관여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전 주지 원일 스님이 도저히 주지직을 수행할 수 없어서 사직한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한편, 성주사 전 주지 원정 스님이 7월 1일 교계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선거 이후 성주사는 수불 스님과 흥교 스님 등이 합의해 서해문도가 맡기로 했다. 그래서 임명된 주지가 원일 스님이었다.”, “주지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이유를 파악하고 인계인수를 할 때에는 사중의 성보와 건조물 토지 인적자산 등에 대해 파악해야 하지만, 졸속으로 처리했다.”, “원일 스님과 무관 스님이 작성하고, 수불 스님과 범산 스님이 입회해 인계인수서를 작성하고 사찰관리인을 파견한 데 이어 무관 스님을 주지로 품신한 것은 총림 안정은 물론 문중화합을 저해하는 절 뺏기 식 종무행정 처리로 매우 안타깝다(<불교닷컴>보도 발췌).”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정밀한 조사와 소통 없이 원일 스님의 주장과 사직서만을 명분으로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주지 임명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여기서 필자는 범어문도로써 공개 질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현 범어사 집행부는 2012년 11월 27일(정확한 일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성주사 주지에 무관 스님을 임명 받으려한 사실이 있다. 이후 품신을 철회하고 2013년 1월 7일 무관 스님을 금용암, 원일 스님을 성주사 주지로 각각 재 품신하여 임명을 받았다. 이 자체는 누가보아도 본사 집행부와 소위 서해 문도 간 협의에 의한 주지직 교환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성주사에 대한 혁신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본사 집행부의 진심이고 또 직영의 의도가 있었다면 애시 당초 금용암과의 교환이라는 정치적인 모양새가 아닌 원안대로 밀어 붙였어야 했다. 불과 1년여 전에는 사찰을 가지고 문파 간 교환형식을 취하다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주지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서해문도 측으로서는 발끈하는 것이 당연하다.

범어사가 총림으로 확정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범어사는 아직까지도 임회 회칙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성주사 문제는 그 비중으로 볼 때 종무회의가 아닌 임회에서 처결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에 대한 집행부의 당위성에 대한 변명은 주장을 떠나 설득력이 약하다.

무관 스님에 대한 주지 임명 품신이 지난 6월 24일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7월 1일 원정 스님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같은 날 성주사 신도회가 창원지검에 원일 스님을 고소하였으며, 같은 달 2일 1인 신도회는 일인 시위를 벌였다. 이후 사태가 악화되자 종단과 범어사는 성주사에 감사단을 파견하고 성주사 신도회측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립 양상으로 치달았다. 본사는 성주사 감사를 통해 재정장부의 부재 등을 거론하였다.

성주사에 수년치의 재정 관련 장부가 없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감독할 책임은 바로 본사에 있다. 본사는 감독과 감사를 통해 진즉에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하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본사가 제 임무를 방기하고 이제와 장부 부재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말사에 대한 종무행정이 그동안 얼마나 허술했었는지 본사의 태만과 직무유기를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절차와 당위성, 대중의 이해를 수반하지 않은 혁신이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아울러 원일 스님이 사찰 운영의 문제를 하소연 했고, 당장 성주사에 대대적인 사단이 발생하지 않는 한 주지품신을 서두르기 보다는 조사단을 성주사에 파견해서 관계자를 심문하고 서류를 압수해서 전수조사한 후, 객관적인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문중과 숙의하거나 임회에서 상응한 징치와 인사를 결정하도록 했어야 했다. 이것이 절차로써 화합과 본사의 조치에 대한 당위성의 확보이고 정상적인 종무의 집행절차라 할 것이다. 율장과 종무행정은 엄격한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세속보다 수승한 집단이라면 가일층 하여 양측의 의견과 변명 그리고 대중의 공의에 의해 문제를 처결해야 한다. 마치 과거시대 공성과 수성하듯 사찰의 운영권을 확보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범어사 집행부는 내부조사 등 일차적인 행정절차를 생략한 채 주지직 인계인수를 단행했고 신임주지를 품신하였다. 이에 기존의 성주사 측이 반발한 바, 기존 성주사 측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본사로서는 명분과 절차 그리고 시간적으로 독단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본사가 조금만 대중의견을 모으는 노력과 시간을 할애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범어사 집행부가 성주사 같은 장기집권 사찰을 혁신하려면 말사 전체에 대한 진단보고서를 토대로 임회나 문도회의를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 - 본사의 말사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지난해 부채가 상당한 모 수말사의 주지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서 임명한 데서도 확인이 된다. 또한 신임주지가 수불 스님의 최측근인 것도 오해를 사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범어사를 비롯해서 어느 본사를 막론하고 종무행정, 특히 인사행정은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어야 하며,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전통적인 관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 대해 누구보다도 성주사측은 깊게 자성해야 한다. 결국 내 식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빌미를 주었다. 범어사의 집행부 측 주장대로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공부와 증명자료가 부재하다면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양측이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세상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성주사를 오랜 세월 이끌어온 서해 문도 측과 현 본사 주지 수불 스님 간의 세 대결, 또는 주지직을 놓고 싸우는 다툼이라고 여긴다.

보름이 넘게 사태가 진행돼도 이를 원만히 화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당사자들은 물론 문중의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서도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인 동시에 우려스럽다.

양측은 한발씩 물러서서 현 사태를 보기 바란다. 아집을 버리고 무엇이 성주사와 경상권 불교, 범어사와 종단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인지 진심으로 살피기를 바란다.

수많은 국민들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날은 갈수록 폭염을 더하고 있다. 서로서로가 도반이며 선후배다. 대화하고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범어 문도의 스승이신 동산 스님은 ‘감인대(堪忍待)’,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를 강조하시고 즐겨 쓰셨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물론 전 문도가 새겨야할 문구다.

끝으로 수불 스님에게 부탁드리는 바, 2012년 3월 스님께서 범어사주지에 출마할 때 공약의 제일성이 “‘수불’은 범어사의 대소사를 대중과 같이 의논ㆍ진행ㆍ회향할 것입니다”라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일성을 기억하시고 성주사 문제를 풀어 나가시기 바란다.

法應(전 범어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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