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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06 00:00
[불자소식] 소설가 정찬주 ‘절은 절하는 곳이다’
 글쓴이 : 유영준 기…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사찰 43곳을 순례한 <절은 절하는 곳이다>는 사찰에 깃든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를 담았다. 남도사찰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깊은 역사와 신비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곳, 세속의 잡념을 털어내고 고요한 명상에 잠길 수 있으며 차 한 잔을 건네는 푸근한 마음이 있는 곳이다. 책은 작가가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도의 작은 절들과 인연따라 조우한 순례의 기행문이다.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남도 산중에 이불재(耳佛齋)라는 집을 지어 들어앉은 그는 그동안 암자와 선방을 순례하며 삶의 지혜를 깨닫는 글로 깊은 울림을 줬다. 이번에는 깊고 고요한 곳에 자리한 ‘작은 절’을 찾아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방산 지보사 배롱나무 꽃무더기 속에 자리한 석탑을 보며 무위(無爲)란, 꽃이 피듯이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란 것을 알게 되고, 고승들의 절창이 남아있는 비슬산 유가사에서는 풍류란 바람으로 마음을 읽는 것임을 배운다. 모후산 유마사에서는 살아있는 부처를 무서워하라는 단순한 깨달음을 얻게 되며, 조계총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종남산 송광사에서는 절의 위의나 품격은 도량의 크기가 아니라 주름살이 진 건물에서 찾아야 함을 알게 된다. 호랑이 앞발 자리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월출산 도갑사에서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나무와 풀, 새와 짐승, 바람과 물 등 자연의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는 부처님을 느낀다. 작가는 말한다. “수많은 절 가운데 지금 이순간 왜 이곳에 서 있는지 새삼 묻는다. 내가 오려고 결심했던 것이 인(因)이라면 나를 오게 한 그 무엇은 연(緣)이 아니겠는가. 인연을 생각하면 한 발짝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천년고찰에 들러 귀 속에 귀가 열리고 눈 속의 눈을 뜬 느낌이다.” 작가에게 작은 절을 찾아가는 길은 내면에 자리한 미소 짓는 부처, 즉 ‘참된 나’를 만나는 구도의 여정이기도 했다. 청량산 문수사에서는 마치 극락으로 가는 배를 탄 듯, 녹음의 바다에서 무심과 적멸의 경계를 넘나들고, 천등산 봉정사에서는 행복과 무상함이 본래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알게 된다. 묵은 절의 주름진 기둥, 칠이 벗겨진 단청, 고승의 절창이 남아있는 산 속 작은 절에서 그는 홀연히 깨닫는다. 불상이란 우상이 아니라 순간적이나마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을 씻고 홀연히 만나 미소 짓는 우리 내면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라는 교만을 버리게 하고 절하게 하는 곳이 바로 작은 절이라는 것을. “자신이 탑이고 부처인 줄 모르고 천불과 천탑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운주사의 이름대로 절에서 구름 한 조각을 찾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의 인생이 바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조각의 구름이 아닌가. 운주사를 찾는 사람 모두가 운주사인 것이다.” 작은 절을 순례하면서 자신을 맑히고 돌아보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는 살아있는 나를 위해 예수재를 지내자는 생각으로 절 순례를 했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법당에 들어 절하는 것이 절절해졌다고 말한다. 작가는 불자들에게 말한다. ‘절은 절하는 곳’임을 망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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